연어는 3만리나 되는 머나먼 고향에 찾아와 산란한다고 한다.

미물도 이럴진대 인간의 향수는 말할 나위도 없다.

바쁜 사회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고향의 선후배들을 만나는 자리는 흡사
고향에 온 느낌이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시골생활, 초.중학교 은사님
얘기 등으로 얘기꽃을 피운다.

"재경 초평향우회"는 충북 진천군 초평면이 고향인 사람들 모임이다.

지난 96년 봄에 만들어 2년째를 맞고 있다.

향우회이니 만큼 회원들의 연령도 30대 후반에서 70대까지 폭넓다.

회장은 우리나라 섬유공학의 일인자인 서울대 김노수 명예교수가 맡고 있다.

정달영 한국일보 상임고문, 조상기 동덕여대 대학원장, 이규황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등 학계 언론계 법조계 기업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우리는 무엇인가 보람있는 일을 찾아 보자고 머리를
맞댔다.

"내고향 진천 유적답사"가 그 결론이었다.

이 행사로 송년회를 대체한다는 정말 건전한(?)결의도 모았다.

누구나 그렇듯 오로지 앞만 보고 정신없이 살아 왔다.

그러다 잊혀져 가는 고향을 막연히 그리워하기 보다는 숨어 있는 조상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싶었던 것이다.

답사를 통해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또 그 가치를 일깨워 고향발전에 이바지
하자는 뜻도 보탰다.

고향답사 나들이를 통해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김유신 장군이 진천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회원 대부분 처음 알게 됐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던 시간이다.

무술을 가르치던 화랑뜰, 병기를 만들던 석장리 등의 유래도 살펴봤다.

그러나 많은 문화재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채 방치돼 있는 모습을
보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방자치시대라 하더라도 문화유적의 보전과 복원사업은 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중차대한 일이란 걸 깨달았다.

또 송강 정철 선생의 사당과 농다리, 국보인 석비 등 문화유산도 둘러봤다.

다시 찾은 고향은 여전히 수려한 풍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생거진천"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할 것이다.

또 경로사상도 남다르리라 믿는다.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우리 삶은 더욱 풍요로와질 것으로 생각된다.


조재환 < 재경초평향우회 사무국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