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35번째로 맞는 무역의 날이었다. IMF체제 1년과 맞물린 시점이어서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들이 수출에 부여하는 의미는 예년과 사뭇 다를 수
밖에 없다. 올 수출실적이 40년만에 처음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동시에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수출업계가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대가임에 틀림없다.

수출의 중요성은 언제, 어느때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또
이를 설명하는데 여러가지 논리적인 설명도 그다지 필요치않다. 당장 우리가
겪고 있는 외환위기의 실체가 국제수지적자로 인한 외채누적의 결과이고,
따라서 수출확대를 통한 외채상환이 가장 확실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수출을 늘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상품
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는게 우선이겠지만 정부의 지원시책과 적극적인 마케
팅 전략의 강구 등 수출환경 조성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무역진흥시책이 종래와는 다른 차원에서 보다 종합적이고 실효성있는 방법
으로 개편돼야 할 것이다.

관련부처가 수출비상대책반을 구성하고, 품목별 지역별담당관을 지정하는
등 목표달성을 위한 독려위주의 수출대책은 이제 과감히 버릴 때가 됐다.
그보다 기업활동, 특히 수출애로요인을 과감하게 제거해주고 외국기업들과
대등한 조건으로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기반조성에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

올들어 정부가 발표한 수출지원시책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과연 얼마
만큼 실효성있게 집행되고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특히 금융환경의 개선은
아직도 멀었다는게 업계의 이구동성이다. 정부는 신용대출을 늘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은행창구에서는 여전히 담보타령이다. 그런 현상은 비단 금융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각종 규제가 풀렸어도 실제 집행하는 일선 행정은
여전히 경직적이다.

무역진흥시책의 접근이 달라져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세계무역환경이 큰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은 격화되면서 국제사회의 환경과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근래들어 지역별
블럭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통상외교가 앞으로의 수출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통상외교가 무역마찰이
생기면 뒤늦게 수습하는 식의 피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업계애로를 사전에
파악하고 통상마찰을 예방하는 좀더 능동적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세계경기 침체 등으로 내년도 수출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지리라고 한다.
그만큼 수출확대의지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단기적인 효과에
급급하기보다 긴 안목에서 산업 금융정책을 망라한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함으로써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