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년 경남 진주생
<> 51년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졸업
<> 74년 호남정유 사장
<> 76년 주한 페루공화국 명예총영사(현)
<> 84년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 85년 여수에너지 회장
<> 89년 럭키금성상사 회장
<> 91년 한미경제협의회(KUSEC) 회장(현)
<> 94년 한국무역협회장(현)
<> 94년 세계무역센터협회(WTCA) 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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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역을 이끌고 있는 민간 사령탑인 한국무역협회의 구평회(72) 회장은
"수출은 한국경제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정부
가 무역업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무역의 날 35주년 기념 인터뷰를 통해 "만약 올해 4백억달러에
가까운 무역흑자를 내지 못했다면 우리 경제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었을 것"
이라며 "국민 모두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위기극복에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 만난사람 = 강현철 산업1부 기자 hck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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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출은 40년만에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역의 날"을 맞으신 소감이 예년보다 각별하실 텐데요.

"무역의 날은 무역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축제의 날이 돼야 하는데
최근의 경제현실이 그렇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특히 올 수출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을 책임지고 있는 경제단체장으로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 것은 IMF체제 출범 이후 미증유의 고실업과 기업부도
사태를 겪고 있지만 내수가 극도로 침체된 가운데서 우리경제가 외환위기를
벗어나고 이 정도에서나마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수출 덕택이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무역수지 흑자가 4백억달러에 육박함으로써 적정외환 보유고도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우리 경제가 내년부터는 회복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번 무역의 날은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수출증대를 위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출이 우리만 부진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 대만 등 경쟁국들의 수출도 모두 감소세로 돌아선 실정입니다.

IMF체제 원년의 무역에 대한 평가를 해주십시오.

"올 우리 무역의 가장 큰 특징은 대폭적인 무역흑자를 낸 점입니다.

작년 11월부터 무역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2월부터는 흑자폭이
월 3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어 연간 무역흑자는 3백80억~4백억달러에 달할
것입니다.

물론 무역흑자 내용면에서 수출증가보다는 수입감소가 더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미흡한 점이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4백억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가 없었다면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긴 어려웠을 것입니다.

무역업계로서는 올해 최악의 대내외 여건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10월말 현재 수출이 3% 감소했으나 이는 세계수요의 둔화와 경쟁격화로
가격이 급속히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물량기준으로 수출은 20%이상 늘어났습니다.

경쟁국과 비교해서도 성적이 괜찮습니다.

일본(9.9% 감소), 대만(9.2% 감소), 싱가포르(12% 감소)등 경쟁국들의
수출은 우리보다 훨씬 많이 줄었습니다.

올들어 새롭게 무역업을 시작한 중소기업이 월평균 1천5백개사에 달합니다.

이는 수출저변 확대와 함께 우리 중소기업들의 국제화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는 수출증대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수출기업들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로서는 사실 올들어 수출증대를 위해 할만큼 했습니다.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수출투자진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산업자원부
재정경제부 등 정부부처와 유관기관들이 무역금융 활성화와 신용보증 확대
등 각종 수출지원대책을 강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금융기관들이
일선창구에서 자금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실제로
무역업계에 대한 자금지원이 IMF체제 이전에 비해 크게 못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도 일단락됐으니 보다 적극적인 자금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나 다소나마 회복된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내년 수출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국내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내년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회복세
로 반전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수출의 경우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자동차 반도체 의류 타이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해외수요, 통상환경 등 제반여건이 호전되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
입니다.

해외수요의 경우 미국경제가 둔화되는 데다 일본경기도 크게 좋아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중국 러시아 중남미 등 개도국 경기도 나아진다고 보기 어렵고요.

통상마찰도 우려됩니다.

전에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주로 수입을 규제해 왔으나
올부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브라질 등 개도국까지도 수입장벽을 높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회장님 말씀을 들으니 내년에도 수출이 어려울 것 같은데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우선 수출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IMF체제를 계기로 수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새롭게 수출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만 아직도
수출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것 같습니다.

지금 무역업계가 가장 애로를 느끼고 있는 것은 금융경색입니다.

현재로서는 금융권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금융권에만 맡겨 놓아서는 금융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재정자금으로 운용되는 신용보증기금과 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출연 확대와
이들 기관에 의한 기업지원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출주문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 종합상사와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합니다.

이는 당장의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시장개척과 신상품개발 등
장기적으로 우리의 수출구조를 고도화하고 수출능력을 키우는데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 수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종합상사에 대한 지원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회장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총수출에서 종합무역상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수출지원=종합상사 지원"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종합상사는 금융과 정보력을 이용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IMF체제 이후
국내 종합상사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의 어려움, 해외거점의 축소
또는 철수 등으로 그 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종합상사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종합상사를 단순히 재벌 계열사의 하나로 보는 시각은 시정돼야 할
것입니다"

-회장님은 해외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외국투자가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요.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은 좀 더 두고보자는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의 거시적인 구조조정방향에 대해서는 신뢰하는 편이지만 한국에
대한 투자 등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IMF체제는 한국산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대책은 없는 것인지요.

"자동차 반도체 철강등 주력 수출상품의 품질은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해외 소비자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시각은 아직도 값싼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라는 인상이 강하며 특히 외환위기로 인해 이미지가 더 나빠진
상태입니다.

대외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경제주체 모두의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세계최고의 제품, 다른 기업이 갖지 못하는 독특한 기술과 디자인을
개발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야 합니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행동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국가이미지는 물론 우리 상품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현대의 금강산 관광, 공단개발 등으로 최근 남북간의 경제교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내년 남북교역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인 대북 경협정책으로 분위기가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좀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실상은 매우 어렵습니다.

금년도 남북교역은 지난 9월말까지 작년 같은기간보다 42%나 감소했습니다.

남북교역은 주로 국내 대기업이 북한측 물건을 사주는 반입위주로 진행되고
있는데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당장의 이윤이
창출되지 않는 대북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역협회는 내년에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하실 계획입니까.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와 경제계의 협조가 더욱 절실히 요구됩니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와 업계가 협조해야 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무역협회는 내년에도 정부와 업계의 가교역할에 더욱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아울러 개별 무역업체에 대한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무역전문인력 양성, 해외시장개척자금 제공, 종합무역정보통신망(KOTIS)에
의한 무역정보 제공, 세계무역협회(WTC) 등 국제기구와의 연계강화 등을
통해 특히 중소무역업계의 해외시장개척 활동을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내년은 2000년 서울에서 개최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준비하는
마지막 해인데 준비는 잘 돼가고 있는지요.

"제3차 ASEM 개최를 위한 컨벤션센터 건설은 무역협회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만 이 행사는 사실 국가적인 사업이고 아시아와 유럽의 25개국 정상 및
EU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세계적인 행사입니다.

지금 공사중인 컨벤션센터는 컨벤션홀(6천명 수용), 오디토리엄(1천1백명
수용)을 비롯하여 50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회의장을 갖는 세계 유수의
시설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또한 이 시설들은 전시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무역인프라 확충에도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무역협회로서는 당초 예정대로 2000년 봄 컨벤션센터 완공을 목표로
차질없이 공사를 진행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11월말 현재 공사진척도는 약 50%로서 이미 골조 및 지붕공사가 마무리단계
에 있으며 지난 26일 상량식도 끝마쳤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