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단일통화 "유러"가 정식으로 탄생할 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1일이면 거대한 단일시장인 "유러랜드"가 탄생한다.

금세기 최대의 경제실험이다.

유러랜드의 출범은 국제금융과 무역질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지구촌 경제력의 세력판도가 달라지고 또다른 각축전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 유러화 출범 의미 =유럽대륙에 경제통화통합(EMU)의 깃발이 꽂히면서
"유럽경제합중국호"가 출항한다.

지난 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의 산업협력을 시작으로 유럽경제공동체
(EEC)-유럽공동체(EC)-유럽연합(EU)과 단일시장의 단계를 거치면서 47년만에
"다국가.단일화폐"의 거대한 경제실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유러화를 도입하는 "유러랜드" 국가들은 11개국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핀란드.

역사와 문화가 다른 11개 나라가 자국화폐를 버리고 단일통화를 도입한다는
것은 이들간의 경제국경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이다.

어느 경제블럭보다 강력한 경제동맹체가 되는 것이다.

2억9천만명의 인구에 7조2천억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가진 초대형 시장
의 탄생, 이것이 유러화 출범의 가장 큰 의미다.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력으로 지구상에 "또 하나의 미국"이 등장하는 셈이다.

EU 15개 회원국중 유러화 도입을 미루고 있는 영국 덴마크 스웨덴 그리스
까지 동참하면 경제력은 미국을 능가한다.

<>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 =세계경제구도가 "미-일-독" 체제에서
"미-유러랜드-일" 구조로 바뀐다.

외형은 3각체제로 동일하나 내면에는 중요한 변화가 있다.

지금의 구도는 겉보기에 3각체제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독주의 1강(미국)
2약(일본.독일)체제다.

그러나 앞으로는 유러랜드가 미국의 맞수로 부상, 2강(미.유러랜드) 1약
(일본)이 된다.

국제무역과 금융시장에서 미국과 대등한 목소리를 낼수 있는 강국이 탄생
하는 것이다.

적어도 경제분야에서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위력이 축소된다는 의미다.

유러랜드는 또 지구촌의 지역간 결속을 가속화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유럽은 미주와 아시아대륙에 위기감을 조성, 기존의 지역경제블럭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수 있다.

새로운 경제블럭의 출현도 앞당겨져 지구촌의 경제블럭화를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 유러랜드의 장래 =이 거대한 경제실험의 성공과 실패가능성은 공존한다.

일단은 유러화 체제가 안착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도에 공중분해 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오랜 준비끝에 이뤄진 대역사인 만큼 11개국 정치경제 지도자들은 유러랜드
를 성공작으로 만들기 위해 애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유러화의 앞길이 평탄대로는 아니겠지만 어떻게든 유러랜드는
정착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정착까지의 시간이 문제지 실패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유러랜드의 성공을 1백퍼센트 장담할수는 없다.

세계경제위기가 장기화되거나 악화될 경우 유러랜드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일부의 지적을 간과하기에는 지금의 세계경제 사정이 너무나 좋지
않다.

유러화 도입국들의 경제상황이 도입전보다 나빠지면 유러화 탈퇴를 요구
하는 여론이 비등해진다.

특히 부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하고 있는 독일과 룩셈부르크 프랑스에서는
유러화 도입후 첫 1-2년간 경제가 좋지 않으면 국민들이 이를 단일통화
탓으로 돌리기 쉽다.

이렇게 되면 유러화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새나오고 유러랜드에는
균열이 생긴다.

이처럼 유러랜드에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 이정훈 기자 i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