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 신한경영연구소고문. 방송인 www.hanwoo.com >

금강산관광이 이뤄지는 걸 보는 나에겐 남다른 추억이 있다.

1977년, 내가 한국에 오기전 동독으로 일일관광했던 기억이 그것이다.

당시 서독사람은 서베를린에서 동베를린으로 일일관광이 가능하게 되었었다.

공산국가였던 동독이 외화수입을 올리기 위해 서독사람들의 한정된 관광을
허용했던 것이었다.

동베를린에 갈 수 있는 일일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일인당 50마르크의
"수속비용"을 내고 적어도 100 서독마르크를 1:1 환율로 동독마르크와
바꿔야했다.

당시의 현실적인 환율은 1:5이였지만 말이다.

어쨌든 하룻동안 재미있는 관광을 했다.

동베를린의 버스도 타보고, 박물관과 극장도 구경도 하고 그리고 많은
젊은 동독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동독에서 좋은 물건을 사거나 좀 고급스러운 음식이나 술을
먹으려면 꼭 달러가 있어야했다.

아무리 쓰려고 해도 의무적으로 바꿔온 그 100동독마르크를 다 쓸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서독으로 돌아올때 동독정부는 채 못쓴 동독마르크를 다시
환전해주지도 않았다.

바가지를 쓴 기분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고향인 동독 땅을 한 번 밟았다는 기쁨 그리고 어떻게
보면 동독 경제를 조금이라도 도와주면서 그것이 통일을 앞당기는데 보탬이
될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족했었다.

그 때 이런 관광이 동서독간에 긴장완화에 큰 역할을 했던 것처럼
금강산관광역시 남북화해에 좋은 효과가 있었으며 하는 바램이다.

그런데 독일과 한국 두나라의 이러한 "통일을 향한 관광"의 형태를 보면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두 정부의 협상을 통해 서독의 개인들이 동독관광을 할 수
있게 되었었다.

동베를린의 일일관광은 그래서 빠른 속도로 확장되었고, 하루에 수만 명의
서독인들이 동독에 다녀올 수 있었다.

반면 한국에선 개인관광이 아닌 한 기업이 독점적으로 주관하는 단체관광
으로 시작되고 있다.

오래간만에 남북간의 교류가 시작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조만간 다양한 형태로 개인이나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수 있는 길이
열려야 금강산관광이 크게 확장될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