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수출전문가를 활용해라"

비금속 발열체인 패이스트 생산업체 대일PFT(대표 김경태)의 경제위기
극복에는 퇴직 수출전문가들의 실력발휘가 있었다.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에 들어선 이후 절반 가까이 떨어졌던
이 회사의 가동률은 이달초부터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수출 물꼬가 터진 덕분이다.

영국의 자동차용 백미러제조업체 레이디요트사의 주문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납작한 필름모양의 패이스트는 백미러에 붙여 눈이나 비가 와도 일정온도를
유지하면서 습기 및 성에를 제거하는 히터 역할을 한다.

레이디요트사는 백미러용 히터로 대일PFT에 이달초 7만달러어치의
패이스트를 주문한데 이어 최근 내년 1월분으로 7만달러어치를 추가
주문했다.

물량이 많지 않지만 대일로서는 93년 창업이래 최초로 따낸 수출
물량이다.

뿐만아니다.

욕실거울용 히터도 일본의 유명 위생용품 업체인 토토사에 우선 월1만개씩
내년 1월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자동차백미러 액츄에이터 생산업체로 세계에서 널리 알려진 스웨덴의
이튼사는 수출협상을 제의해왔다.

대일의 생산공장을 둘러본 이튼사 관계자는 백미러용 포지션센서에
들어가는 부품과 백미러용 히터에 높은 관심을 보여 연내에 수출이
성사될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했다.

작년 11월 독산동에서 시흥시로 공장을 이전할때만 해도 수출은 생각도
하지 않던 대일PFT가 수출에 온힘을 쏟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내수가 절반이상 줄어든 탓이다.

내수물량을 대기에 벅차 공장을 옮기면서 생산능력을 2배로 확충했던
이 회사는 한달도 채 안돼 위기를 맞았다.

김경태 사장은 "수출을 해야겠는데 무엇부터 해야할지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때마침 국내 한 백미러제조업체가 대일의 패이스트를 미국에 독점판매
하겠다는 제의를 했다.

수출경험이 전무한 김 사장은 흔쾌히 미국시장 판권을 지난 4월 그 회사에
줬다.

그러나 실적이 전무하다시피했다.

김 사장은 직접 나서는게 낫다고 판단하고 수출전문가를 찾아 나섰다.

PC통신에 낸 공고를 통해 채용한 수출업체 출신직원은 일단 KOTRA를 찾아
가자고 했다.

거기서 김 사장은 유럽의 50여개 백미러제조업체 리스트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 업체에 일제히 팩스를 보냈다.

현재 미국 독일 프랑스등 10여개 업체와 상담중으로 영국의 레이드요트사도
그중 하나였다.

가격도 기존 외국제품의 70~80%선에 제시, 호응을 얻었다.

토토사와의 거래에는 중기청의 퇴직전문가 리스트에 올라있던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대표이사까지 지낸 이재일씨 도움이 컸다.

회장으로 영입된 그는 토토사 관계자가 방한했을 때 호텔로 찾아가 유창한
일본어실력을 구사하며 공장까지 데리고 오는 뚝심을 발휘했다.

일정이 빡빡하다며 호텔로비에 제품설명서를 갖다 놓으라고 했던 토토사의
관계자는 직접 공장을 둘러보고 생산시설과 제품에 신뢰성을 갖게됐다고
한다.

대일의 높은 기술력도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김 사장은 "패이스트방식의 백미러용 히터를 만들수 있는 기업은 세계에서
일본의 토쿄코스모스와 미국의 일리노이즈툴링워크스(ITW) 그리고 대일PFT
3곳 뿐" 이라고 말했다.

대일은 다리미 장판등 패이스트가 갖는 다양한 용도를 적극 활용, 수출
품목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