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22일 여신관행 개선을 적극 유도해 "총부채 한도
관리제"와 "키뱅크(key bank)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주채권
은행이 지정돼 총부채가 2천5백억 이상인 거래기업의 여신을 관리하고 있지만
키뱅크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까지 포함한 모든 고객을 상대로 여신현황을
파악하고 신용도를 평가해 부실여신의 발생을 예방하게 된다. 거래기업의
국내외 여신은 물론 유가증권 발행규모까지 포괄해 관리하는 총부채한도
관리제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금감위가 여신관행 개선작업을 새삼스레 지금 강조하고 나선 뜻은 간단
하다.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퇴출 합병 경영개선명령 등을 통해 국내금융산업
의 부실부분을 도려낸 1차 금융구조조정을 지난 9월말로 일단 끝냈지만
불건전하고 비효율적인 여신관행을 그대로 둔다면 또다시 금융부실이 발생
하고 누적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금융산업이라는 중환자에 대해
외과수술을 통해 환부를 도려낸뒤 이제부터는 장기적인 내과치료에 들어간
셈이다.

금융부실을 도려내는 금융구조조정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졌느냐는 평가와는
별도로 불건전하고 비효율적인 여신관행을 뜯어 고치는 일이 시급하다는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예를 들어 정경유착에 따른 불법대출, 급행료와 떡값을
챙기는 행위 및 꺾기강요나 대출담보관행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회에서 지난해부터 지난달말까지 퇴출당한 5개 은행을 비롯한 86개
부실금융기관에서 모두 3백76명의 임직원들이 불법대출, 횡령배임 등으로
5조3천2백25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혔다는 자료를 제시했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문제는 여신관행 개선을 어떻게 실천하느냐는 점이다. 관련법이나 규정을
고친다고 간단히 해결될 일도 아니고 여신관행을 확실하게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 오전에도 각급 금융기관 대표 1천1백명이 서울 능동 리틀엔젤스예술
회관에서 "금융산업 건전성 회복과 새출발 선언식"이라는 범금융인대회를
갖고 대출청탁 배격 등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과거에도 대형 금융
사고가 터지거나 각종 비리가 적발될 때마다 되풀이된 일이라 식상할 뿐이다.

사실 이번에 도입한다는 총부채 한도관리제나 키뱅크도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75년에 총액한도제 및 운전자금한도제가 시행됐던 적이
있었고 주거래은행이나 주채권은행도 관리대상이 차이날뿐 거의 비슷한 개념
이다.

결국 금융기관 스스로 여신관행을 개선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한
데 그중에서도 핵심사항은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보장해주는 일이다. 올들어
여신승인 및 사후관리와 관련된 조직체계와 인력운용에서 이미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종결과는 경영진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