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금고 업계가 살 길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부산지역의 12개 상호신용금고는 지난달 15일 한개 금고로 합치기로 합의
했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수십년간 꿋꿋이 지켜온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다는절박한 사정을 인식한 것이다.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과감한 개혁으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온전한 금융기관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규정한 "통합취지문"
대로다.

전국 2백19개 금고중 1백80여개 금고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동온라인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미 삼성SDS에 용역을 맡긴 상태다.

금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금고업계 전체가 공동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개별 금고에서도 "위기탈출"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서울 한솔금고는 1억원 이상을 예금하는 고객에게 사무실을 마련해 주는
차별화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울 동부금고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은 중소기업에 은행금리 수준
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금고 대출금리는 은행보다 높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광주 창업금고는 대출을 결정할 때 대출 신청자의 관상을 본다.

서류에만 의존하는 신용조사를 좀더 잘해보자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신용금고 업계의 가장 큰 과제로 공신력 제고와 틈새시장
개발을 꼽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재칠 연구위원은 "금융 거래자들이 신용금고에 돈을
맡기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공신력이 떨어진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고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나 대주주의
증자 신용금고연합회를 농협중앙회식의 중앙금고로 전환시키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과의 밀착경영도 일정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은행이 외면한 유흥업소 종업원을 우대해 고객을 늘려간 서울 해동금고처럼
상식과 통념을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 중소자금과 김진선 사무관은 "신용금고는 고객 집에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를 알 정도로 지역 주민들과 밀착해야 한다"며 "이런 장점을
극대화해 예금및 대출업무를 하면 서류에만 의존하는 타 금융기관보다 훨씬
경쟁력있는 금융기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퇴출대란".

금고업계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한다면 오히려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