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은 시작됐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서점인 아마존(다윗)과 미국 최대의 서점체인인
반스앤노블(골리앗)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는 벤처와 대자본의 대결이기도 하다.

지난 6일 반스앤노블은 미국에서 가장 큰 서적중개회사(디스트리뷰터)인
인그램사를 6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반스앤노블은 고객들에게 책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비용도
크게 줄일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스앤노블의 인그램 인수에는 또다른 의미가 숨겨져있다.

단순히 반스앤노블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업체인
아마존을 견제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인그램은 아마존이 책을 가장 많이 공급받고 있는 업체이다.

아마존과 경쟁관계에 있는 반스앤노블이 아마존의 최대 협력업체를
사들여버린 결과다.

더구나 인수비용인 6억달러는 반스앤노블이 자체 대리점을 40개나 운영할
수 있는 금액이다.

반스앤노블이 전자상거래 시장을 위해 인그램을 인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두 회사의 한판승부는 이에 앞서 반스앤노블이 사이버서점을 오픈하면서
예고된 일이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는 아마존의 기세를 그냥 뒷짐지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는
얘기다.

반스앤노블이 인터넷서점을 열 때만 해도 아마존의 타격을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아마존의 고객서비스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반스앤노블은 올해 인터넷을 통한 판매규모를 7천5백만달러로 내다봤다.

이는 아마존이 올 3.4분기 3개월만에 거둔 판매실적(1억5천3백70만달러)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아마존은 고객이 책을 사면 주문한 책이 배에 실리자마자 전자우편을 통해
"책이 선적됐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또 책이 도착될 무렵엔 "내일쯤 도착될 것입니다"라는 편지를 보내준다.

뿐만 아니라 도착됐을 것으로 판단되는 시점이 지나면 책을 언제 받았는지
전자우편으로 물어온다.

국가별 도시별로 배 또는 항공편으로 배달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고객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고객을 이같은 질좋은 서비스에 맛들이게 해 아마존을 쉽사리 떠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류체계 면에선 사정이 달라진다.

아마존이 지난해 2천7백만달러의 적자를 낸 것도 바로 물류쪽에서
비롯됐다는 것.

물류시스템 차원에선 반스앤노블이 한수 위라는 얘기다.

게다가 반스앤노블이 아마존에 대한 최대 공급자였던 인그램을 인수하면서
또 한차례 파문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인수방침이 발표된 직후 나스닥시장의 아마존 주가는 하루전보다
3달러가량 떨어지고 뉴욕증권거래소의 반스앤노블 주가는 2.8달러가 올랐다.

그만큼 공급망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했다는 것이다.

1백50년의 역사를 지닌 반스앤노블은 5백4개의 서점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약3만명의 직원이 27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3년전부터 시작한 아마존은 6백여명의 직원이 1억5천만달러어치를 팔았다.

매출증가율이 14%였던 반스앤노블의 현재 주가는 33달러.

아마존은 8백41%의 매출성장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1백25달러까지 치솟았다.

"사이버공간"에서도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