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동해항에서는 마침내 금강산으로 가는 9백74명의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첫 고동을 울린다. 분단 반세기만에 북녘땅을 처음 밟는 관광객들의
벅찬 감회야 달리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단순한 유람차원을 넘어 대규모 남북
민간교류와 나아가 통일의 물꼬를 트는 원대한 사업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금강산 관광은 그동안 여러가지 논란과 잡음 속에 시행이 늦춰져 왔고 지금
까지도 일부 곱지않은 시각이 불식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우려의 시선 역시 나름대로의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단순한 관광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한 민간기업의
아이디어와 새정부의 북한 포용정책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얻어낸 소중한
결실이며 좀더 긴 안목으로는 북한을 남북간 전반적 교류확대와 화해협력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비록 금강산 관광에 많은 제한과 잡음이 따른다해도 이같은 역사적 의의를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볼 때 남북문제는 정상회담이나 당국자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
지름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북한측이 이를 기피하고 있는 현실에선 민간
교류를 통하는 길 밖에 없다. 이번 금강산 관광길도 북한에서는 비록 형식적
이긴 하지만 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라는 민간기구와 남한에서는 현대라는
순수 민간기업 간의 협의를 통해 열리게 되었다. 민간의 대화로도 이렇게
중요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은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이제 정부와 현대는 이같은 금강산 관광의 역사적 의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현대금강호의 시험운항 결과 일부 결함이 드러난
승.하선 절차나 통신 등의 문제점도 관광수요자의 편익에 맞춰 보완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이다. 그동안 북한의
아.태평화위 등 관계기관은 현대측에 신변안전 보장을 여러차례 다짐해왔지만
이 문제는 금강산관광의 성패를 좌우하는 예민한 사안인 만큼 남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논란이 많았던 관광세칙문제도 하루속히 해결해야 한다. 북한측이
현대에 보낸 관광세칙안은 금지가 너무 많고 벌칙규정이 너무 가혹해 편안한
관광을 보장하기 보다는 일방적 규제성격이 강하다. 아직 양측이 합의도 보지
못한채 관광이 시작돼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하루빨리 국제관례에 맞는
관광규칙을 만들어 마찰의 소지를 줄여야 할 것이다. 또 이 어려운 시기에
금강산관광이 여유있는 사람들만의 행락이 아니라 "국민의 관광"이 되도록
하려면 요금인하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현대금강호의 첫 출항이 한반도의 안보와 남북경협의 길을 넓히는 의미있는
출발이 되길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