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동료들과 어울려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건강을 위해 따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산악회"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산을 통해 직장동료간 우의와 건강을 다지기 위해 지난 88년 창립했다.

우리는 한 해에 8번 정도 산행한다.

주로 찾는 곳은 수도권 인근 산.

10년이란 세월이 흐르다 보니 수도권 주변은 가보지 않은 산, 가보지 않은
코스가 없을 정도다.

"수도권 산행에 무슨 재미를 느끼느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산을 오르는 것만이 진짜 산행은 아니다.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사람과 사회에 대해 뭔가 하나씩 깨닫게 된다면
이보다 멋진 산행이 또 어디 있겠는가.

특히 하산길 난장에서 파는 막걸리 한 잔과 도토리묵 한 점의 맛은
산행뒤가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것이다.

수도권 산행이 지루해질 때 우리는 대형산행이나 먼거리 여행을 떠난다.

지난 93년 한라산 겨울등반 때는 경험부족으로 회원 모두가 거의 초죽음이
됐다.

그러나 워낙 산을 사랑하는 회원들이다 보니 그때의 일을 "좋은 공부"한
셈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산악회는 오로지 산행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강가를 찾기도 하고, 기분전환이 필요하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가족동반 산행을 적극 장려하는 것도 우리 산악회의 자랑거리다.

퇴사한 전 동료와 선배들도 주요 산행에는 반드시 함께 한다.

10년이란 세월동안 우리 산악회는 양적, 질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초대회장을 맡아 산악회의 기틀을 다진 김덕중 부장, 2대회장으로 일한
이원선 차장, 산악회 살림을 맡고 있는 임동철 대리와 임은경씨...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 산악회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밖에 1백% 출석률을 자랑하는 민병건 부장, 산악회 후배들을 정말 아끼고
도와주는 서진석 부회장, 정영태 상무, 정준영 상무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백두산에 오를까 계획중이다.

비용이 만만찮겠지만 백두산정기를 쐬면 새로운 삶의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기 때문이다.

허종진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산악회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