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태평양의 하늘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대부분의 APEC회원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성장률이 플러스인
나라도 수치는 갈수록 둔화추세다.

"태평양 시대가 열린다"는 얼마전의 구호는 "아시아를 본받지 말라"로
바뀌었다.

APEC회원국중 올해 플러스 성장세를 보일 만한 국가는 아시아권에서는
그나마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중국 대만 등 극소수다.

최근 각종 연구단체들의 전망치를 분석하면 아시아권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최악의 상황을 경험할 것이 분명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다소간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상황이다.

만일 다른 돌발적인 악재가 생긴다면 이 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

와튼경제연구소(WEFA)의 세계경제 시나리오 중 비관적 상황을 보면 세계
경제는 내년에 0.2%의 제자리 성장을 보인다음 2000년에나 1.2%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아시아는 이제 고비를 넘긴 것인가.

주가와 환율의 안정세가 지속되고 디플레도 서서히 바닥을 넘어서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호전인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부실금융과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또다시 발목을
잡을 것인가.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요 회원국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상황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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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은 지났다"

한국에 대한 국내외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이 1년도 안돼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다.

한국이 이제 어두컴컴한 터널을 막 통과했다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완료, 신3저의 도래, 정부의 열정적인 경기부양책 등이
어우러지면서 한국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IMF(국제통화기금)조차도 "한국은 모범국"이라는 다소 과장섞인 판정을
내릴 정도다.

실제가 그렇다.

지난 1년동안의 각종 경제지표는 한국이 외환위기에서 탈출, 나름대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선 외환위기를 촉발한 직접적 원인이었던 외환보유액이 그렇다.

지난해 11월말 한국의 가용외환보유액은 72억6천만달러에 불과했다.

1주일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수준이었다.

그러던게 지난 10월말에는 4백52억7천만달러로 불어났다.

정부와 IMF가 합의한 연말목표액(4백10억달러)을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뿐만 아니다.

각종 경제지표도 안정되는 추세가 역력하다.

한때 달러당 2천원에 육박했던 원.달러환율은 1천3백원대에서 안정돼 있다.

특히 환율이 급등락하지 않고 1천3백원대에서 안정되는 기미가 역력해
외화의 급격한 유출입이 진정된 것으로 판단된다.

회사채수익률의 경우 작년말 연28.98%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 6일엔 연9.50%로 떨어졌다.

한때 200대로 추락했던 종합주가지수도 지난 7일 417.06까지 올랐다.

위기극복의 내용도 괜찮은 편이다.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한국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에 진력했다.

일부에서 미진하다고 평가하고 있는건 사실이나 금융구조조정은 1단계로
완료됐다.

기업구조조정도 한창 진행중이다.

한국의 "빠르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은 다른 외환위기국가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고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1년사이 실업자는 1백만여명 늘었다.

월평균 가구소득도 25.7%감소했다.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되면서 실물경제는 바닥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GNP)은 10년전 수준인 6천달러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과 직접투자자금이 속속 유입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신용경색도 여전하다.

신3저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렇게보면 지난 1년동안 한국은 당면한 외환위기에서 탈출하는데는 성공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외환위기의 망령을 완전히 털어버리고 안정적인 경제체제로 진입
하느냐 여부는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