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서울역 주변의 노숙자들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수 있다.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일이 시급한 정책과제로 등장했다.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일이 절실해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실업급여는 신규근로자를 제외한 모든 근로자들에게 장기간 적용된다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인간적인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은 더 확대돼야 한다는게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재정에는 한계가 있다.

당연히 비용을 적게 들이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관건이다.

또 국가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회안전망을 갖추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 하는 문제는 유럽각국의 정부들이 지난
1백년동안 고민해온 주제이다.

미국정부는 70년동안 사회안전망을 짜는데 매달려 왔다.

그러나 가치창조적인 사회안전망에 대한 개념은 지금까지 어느쪽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다.

서구국가들은 최근 20년동안 사회안전망에 따르는 비용을 억제하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다.

매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수혜를 줄이는 것이 예산편성의 목표였다.

GDP(국내총생산)와 비교해봐도 사회안전망에 투입된 자금의 규모는 막대
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일할수 있는 근로자층은 줄어들고 복지수혜자는
점점 늘어나게 돼있다.

사회안전망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자금의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이 앞으로 부딪치게 될 문제가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수 있을까.

가치창조적인 개념은 모든 사회복지대책들에 대해서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

OMJ 보고서의 기본 원리는 자원을 재조직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증진시키고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 뿐만아니라 사회복지에도 적용된다.

서구에서는 자원을 활용하는 경제적 행위로서의 사회복지라는 개념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약하다.

이는 사회복지체계가 대체로 정당의 차원에서 논의되기 때문이다.

한쪽의 신념은 복지상태가 충분해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다른 쪽에서는 적절한 자금조성이 필요하므로 다른 사업에서 자금을 떼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회복지체계는 "떠날 때" 주는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이는 오늘날의 근로자들이 과거에 일했던 근로자들의 현재 비용을 지불하고
미래의 근로자들은 현재 근로자들의 몫을 지급하게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노동력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중앙예비기금의 창설로 저축률이 세계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80년대 후반에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런데도 출연금이 전체 임금의 50%에 해당한다.

25%는 근로자가 내는 것이고 25%는 기업이 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 정부가 운용하는 예산은 GDP의 45-55%에 해당한다.

이에따라 세금징수도 GDP의 45-55% 수준이다.

미국은 약 35% 가량을 사용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정부는 GDP의 21% 정도밖에 쓰지 않고 세금도
그만큼만 거둔다.

유럽과 미국의 차이는 주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비용에 따른 것이다.

유럽은 사회복지제도를 늘리고 유지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복지상태라는 말이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복지지출도 지역사회의 일정분야로 제한된다.

다른 관심사들에 밀려 무산되기는 했지만 클린턴은 의료보험제도를 개혁
하겠다고 공약하고 집권했었다.

건강을 유지하고 의료보호를 확보하는 것이 미국 시민들 대부분의 주요한
걱정거리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그 과정에서 미국시민들은 세계에서 제일 많은 GDP의 약 15%를 건강유지에
사용한다.

이를 35%와 합치면 미국인들은 선진국들의 평균수준인 50%를 쓰고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부와 시민들이 들이는 돈만큼 서비스를
받는가.

또 그들의 돈은 가치를 창출하는데 쓰이는가.

<> 단기적인 가치창조적 사회안전망 =최소한의 자금을 들여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단기적인 사회안전망의 목표다.

그렇지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대책중 일부는 미래를 향해 투자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사회안전망은 가능한한 미래지향적인 역할을 하는 실질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가치창조적인 공공근로사업의 예를 들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기반시설
(인프라스트럭쳐)을 건설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시민들이 살기 좋게 디자인하고 가꿈으로써 디자인 등 관련
기법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또 관광객을 끌기 위해 역사적인 건축물을 수리하고 복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컴퓨터 조작법을 가리키면 데이타입력작업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인 기념물에 대한 안내책자를 만드는 것은 향후 관광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직업훈련의 경우 디자인 외국어 소프트웨어 컴퓨터 영업 회계 관리 등과
관련된 기법을 가르치는 것이 유망하다.

단기적인 사회안전망을 운용하는데 있어서는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
해야 한다.

스마트카드 등과 연계된 수당지급이라든지 행정절차의 대폭적인 간소화가
가능할 것이다.

한국에는 사회보험체제가 여러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일괄징수하는 반면에 한국에서는 3개 기관이 징수
한다.

이를 단순화시키면 이익은 늘어나고 가입자들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 장기적인 가치창조적 사회안전망 =과거에는 한국 정부가 사회복지를
직접 책임지기보다는 상당부분 기업체에 떠넘기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점차 국가연금 고용보험 의료보험 등을 변화시켜 왔다.

가치창조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보다 적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는게 목적이다.

이에비해 유럽과 미국에서의 사회복지에 대한 논쟁은 어떻게 하면 수혜자를
줄이고 비용도 줄이느냐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체제는 매우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이어서 행정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과거와는 다른 여러가지 수요가 나타난다.

정부로서는 보다 적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할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해진다.

여기에는 사회복지를 둘러싼 조사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혁신이 요구
된다.

한국의 연구개발(R&D)을 주도하고 있는 상업적 기관들도 이런 작업에 참여
시켜야 한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혹은 미래에 생길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이같은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격지진료가 좋은 예다.

의사가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를 수술하는 실험이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다른 통신망을 통해 예방의학의 기초 진단을 실시할수 있도록
하는 관련설비개발도 진행중이다.

정부는 적은 자원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수준높은 의료보호를 제공할수
있도록 하는 전문기술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21세기의 의료보호는 전자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과 함께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이같은 수요를 체계적이고 가치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는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 정리=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