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은 그동안 경제문제에 치우쳤던 양국 관계를
외교 안보분야로까지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지역의 안정과 평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내걸어 한차원 끌어 올린다
는 구상이다.

한국측은 미국과 일본에 이은 강대국 정상외교를 중간 결산하면서 아시아
신질서 창조에 기여하는 단계로 돌입하는 의미가 있고 중국은 동북아시아
맹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세가지 과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첫째 과제는 아시아 환란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한 한.중 협력방안이 마련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번째 과제는 최근 획기적 전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대북관계를 포함해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작업이다.

마지막 과제는 21세기를 앞둔 한.중 경제협력을 질적 양적으로 심화시키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들 3대 과제는 어느 것하나 쉬운 문제가 없으며 어느 것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절박한 필요성을 갖고 있다.

김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은 미국 일본에 이은 주변 강국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마무리 수순으로서의 의미도 동시에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제3위 교역국인데다 아시아 경제위기를 조기에 끝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21세기를 열어가기 위해서라도 밀도있는 협력이
요청되어 왔던 터였다.

김 대통령은 취임후 세계금융시장의 중심지인 영국을 방문하고 미국과
일본을 국빈방문하는 등 정치 경제 양면에서 실리적인 외교를 추구해 왔다.

더욱이 이번 방중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한.중 양국의 정상이 논의할 태평양 연안의 새질서도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번 방중기간중 지난 92년 수교이후 급속히 신장된 경제협력
관계를 정치.안보 분야로까지 확산시켜 중국과 명실상부한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힘쓸 계획이다.

그동안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져왔던 한.중 두나라의 협력관계를 전방위
에 걸쳐 한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김 대통령은 특히 국민의 정부 대북정책 기조인 "햇볕정책"을 설명하고
중국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이와관련, 김 대통령은 동북아지역 안보협력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김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의 정상회담은 아시아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포괄적 협력방안, 한반도 평화정착, 한.중 교역의 확대균형 달성,
WTO(세계무역기구)와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
체) 등 국제기구에서의 공동협력방안 등 큰 틀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게 될 것
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개도국간의 관세인하협정인 방콕협정에 대한 중국가입 지지방침을
밝히고 기존 가입국을 포함한 새로운 "아시아 특혜관세지역"을 창설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중국과의 교역을 안정적으로 늘려 나가는 것이 양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기본원칙을 확인하고 상호보완적인 협력관계
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될 전망이다.

김 대통령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한 현지금융 지원, 한국기업의
중국 원자력발전사업 참여 및 중국건설시장 진출, 제3국 건설시장으로의
한.중 합작진출 등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2000년 서울에서 열릴 제3차 ASEM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중국측의 협력도 요청할 예정이다.

이들 주제는 장쩌민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거론된다.

주룽지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좀더 구체적인 사안이 논의된다.

반면 장쩌민 주석은 한.중간 무역불균형 시정 문제를 제기하고 아시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중국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햇볕정책에 대한 중국측 반응은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이
모두 깊은 관심을 가질 주제다.

김 대통령을 수행하게될 홍순영 외교통상부장관과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
이정무 건설교통부장관 등은 중국의 관계장관들과 별도의 실무협의를 갖고
무역확대 등 분야별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고선명(HD) TV분야 기술협력과 자동차공장 합작투자 등 산업
협력분야가 관계장관들 사이에 심도있게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HDTV의 경우 이 분야에서 앞선 국내업체의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는 등
기술협력을 시도하고 국내 자동차업체가 중국업체와 합작하는 형식으로 투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을 중국측에 요청할 계획이다.

금융분야에서는 국내 보험사가 중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중국
보험시장을 개방하는 문제가 현안에 포함돼 있다.

철도분야에서는 양국의 철도승차권을 공동으로 사용해 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정보통신분야는 국산교환기의 중국진출 문제와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중국진출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의 산성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의 화석연료 사용비율을 감축하는
등 환경문제도 양국간 오랜 현안중 하나다.

이외에 어업협정을 조기에 체결하고 선양에 총영사관을 개설하는 문제도
한.중간 경협활성화를 위한 긴요한 과제인 만큼 관련 장관들간에 논의될
전망이다.

한.중간 21세기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고위인사의 교류와 협의채널을
제도화하고 청소년과 유학생 등 민간베이스의 교류를 늘리는 문제도 이번
정상회담 기간중 쌍방간에 협의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차원의 한.중 경제협력기구인 경제공동위원회 대표를 차관보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등 한.중간 협의채널을 강화하는 문제도 합의를 볼
전망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마침 중국측에서도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를
통해 당.정.군 등 지도층 인사가 대거 교체된 뒤에 이루어지는 만큼 두나라
정부의 지도층간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김 대통령의 이번 중국방문에 경제5단체장과 농협중앙회장 등
경제인들을 수행토록해 중국 경제계의 지도층인사들과 교류 기회를 가질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한.중 경제협의체와 투자사절단 등이 중국을 방문, 민간차원의
경제협력활동을 지속적으로 가질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