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읽고 준비된 합의문을 그대로 채택하는 것을 간담회라고 할 수
있나요"

5일 저녁 열린 정.재계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재계인사는 정부의 일방적인
진행방식에 무척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준비해왔던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5대그룹
구조조정 세부추진방안" 설명만 들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호스트격인 김우중 전경련회장도 속은 그런 듯했다.

김 회장은 이제까지 정.재계간담회 때마다 참석자들을 한명씩 정중하게
배웅했었다.

5일밤엔 달랐다.

오후8시40분께 회의가 끝나자 마자 제일 먼저 회의장을 떠났다.

"화기애애하게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고 말은 했지만 얼굴빛은 밝지
않았다.

손병두 전경련상근부회장은 발표문구에 "재계 구조조정이 미흡했다"는
문구를 놓고 강봉균 경제수석과 설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그동안 네 차례의 정.재계간담회와 달리 재계 참석자들이 이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는 같은 사안을 놓고 정부가 재계와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한다는데 있다.

"섭섭한" 감정이 배어났다는 얘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7개 업종 가운데 반도체만 빼고는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전부 싸잡아 미흡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도대체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단 "배척"되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간담회에서 정부는 사업구조조정 대상외에 그룹별로 1~2개 업체를
선정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해주겠다고 밝혔지만 6일 현재
어느 그룹도 워크아웃 신청대상을 선정하지 않고 있다.

모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나치게 대기업을 한편으로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에 워크아웃의 경우도 퇴출 조치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기업이 특정업체를 선정해 신청하기 전까지는 절대 미리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토론장이 돼야할 간담회가 정부가 경제정책을 통보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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