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중 수출이 또 전년동월에 비해 줄어들었다. 벌써 6개월째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10월중 수출이 1백9억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2.8%가 감소
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수입도 39%가 줄어 무역수지는 3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수출위축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어 걱정이다.

현재의 위기극복을 위해 수출촉진이 절실한 과제라는데는 정부와 기업의
생각이 다르지않으면서도 수출이 기대만큼 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정부의 정책의지가 모자란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수많은 수출
지원 조치가 이뤄졌지만 정작 업계가 요구하는 대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
과 국책은행의 지급보증업무 확대, 무역어음할인액의 여신한도 제외 등은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물론 다른 정책목표와의 상충이나 대외관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같은 업계요구를 선뜻 받아들이는데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으로는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 저것 따질때가 아니다. 대기업에 대해 무역금융을
지원하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돈을 풀어서라도 내수경기
를 부양시키겠다고까지 공언한 정부가 통화증발 우려 때문에 무역금융을
지원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못된다. 정부는 그동안 대기업에
대한 무역금융지원이 WTO(세계무역기구)협정상 보조금 지원으로 간주돼 통상
마찰의 우려가 있어 곤란하다고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통상문제 전문가들은
무역금융지원이 보조금에 해당되는지의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데다 지금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만큼 크게 우려할 바가 아니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요즈음 국제경제 여건은 낮은 국제금리와 달러가치 하락, 국제원자재값의
안정 등 소위 신3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이 불가피한
우리로서는 국제경제환경의 호전으로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9월중
우리의 산업활동은 미미하지만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정부발표도 있었다.
정책운영을 잘만하면 경기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한다.

물론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대다수 국가들이 올들어 전년동기대비 10%에
가까운 수출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부진이 우리만의 현상이 아님은 분명
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과는 달리 외환위기를 극복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신3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특히 산업활동 등 일부경기지표들이
되살아날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수출이 어느정도만 뒷받침되어
늘어난다면 경기회복은 훨씬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만약 머뭇거리
면 최근의 경기호전 기미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말 것이다. 경기회생의
때를 놓치지않기 위해서도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좀더 과감한 수출지원책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