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디자인은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80년대말 처음 도입됐을 정도.실적이나 학문적 연구가 걸음마단계에 불과
하다.

명칭도 환경디자인, 퍼블릭디자인, 공공디자인 등 다양하게 불린다.

요즘들어 공간디자인으로 통일되는 추세.

공간디자인은 한마디로 공공 공간(public space)의 디자인이다.

인테리어와 반대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인테리어가 개인적인 공간인 건물내부를 장식하는 것이라면 공간디자인은
건물바깥쪽의 치장을 말한다.

작업대상 공간이 제한되어 있는 인테리어에 비해 공간디자인은 무제한의
공간을 갖고있다.

그런만큼 영역도 넓다.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공공 공간이란 의미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도로 광장 공원 댐 등 거대시설물에서 도시전체까지 포함한다.

최근에는 대중이 이용하는 철도티켓의 그랙픽, 여행안내서, 인터넷홈페이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지폐와 우표 같은 것도 공간디자인의
대상이다.

공적요소가 강한 것은 모두 이 범주에 분류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좁은 의미로는 도시시설물과 조경으로 국한된다.

육교 지하도 교량 톨게이트 등 교통시설물, 도로표지판 게시판 등 정보시설,
우체통 공중전화부스 등 정보시설물, 운동시설 놀이기구 등 휴게.위락시설
등을 말한다.

공간디자이너의 역할은 이런 시설물의 기능과 조형미를 높이는 것이다.

도로표지판을 예로 들어보자.

공간디자이너의 역할은 1차적 기능(정보전달)에 머물고 있는 것을 주변환경
과 어울리는 문화적 시설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표지판을 어디에 배치해야 이용자가 가장 쾌적하고 안전하게 사용할수
있는지,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일방통행이 적합한지 유턴표시가
더 나은지, 버스정류장 택시승강장 등 주변 시설물과 조화를 이루려면 어떤
색채와 디자인이 필요한지 등등을 따진다.

도보진입이 차단된 서울시청앞 광장, 약수동 고가도로의 교각주변, 육교의
통로 안쪽, 지하주차장 등도 좋은 연구대상이다.

인구유입이 끊겨 기능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사각지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능을 유치하고 색채계획 등을 통해 부정적인 시설물을 긍정적으로
활성화하는 것도 공간디자이너의 몫이다.

때문에 공간디자이너는 도시계획 건축 조경 시각디자인 역사 지리 등
관련분야를 두루 알아야 한다.

< 김태철 기자 synerg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