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뒤바꾼 여야가 한동안 별러온 올 국정감사가 1일로 꼭 절반이 소화
됐다.

국정운영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소리도 제법 요란하다.

하지만 국민들은 왜 국정감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들 말한다.

국정감사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까지도 한다.

국민의 혈세가 "도둑질" 당하지는 않는지,정책 수립.집행과정의 난맥상은
없는지, 집권세력의 국정농단이 없는지 등을 짚어보기 위해선 국정감사가
꼭 필요하다.

"국감무용론"을 펴는 것은 이를 몰라서가 아니다.

군부정권이 "유신"을 통해 국감을 폐지하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던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얘기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이후 첫 국감이라 "순진한" 국민들은 뭔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국민의 정부"라 자칭하고, 제2건국을 주창하는 현정부하에서 조차 역대
정권때와 마찬가지로 그같은 기대가 "착각"이었음이 현실로 나타나자
"배신감"은 그 도가 높아졌고 이것이 "국감무용론"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금은 IMF체제하에서 건국 이후 최대규모의 실업.실직자가 쏟아져
나오고 실질소득감소와 자산디플레 등으로 장기복합불황이 우려되는 등
"내일에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때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생을 도외시한 여야간 정쟁은 국민불안을 더욱 가중
시키고 있는 것 같다.

더군다나 "총풍"이니 "고문조작"이니 해서 나라가 금방 절단 날 듯이
떠들썩했지만 국감을 통해 속시원히 밝혀진건 하나도 없다.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고 그래서 국감은 왜 하느냐고 묻고 싶은 게다.

국정감사는 민의기관인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실시된다.

작금의 행태는 그러나 여야가 행정부는 제쳐두고 상대당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게 아니냐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여당은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캐내고 대안 제시에 주력해야 한다.

또 인사가 공평무사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과거정권과 같은 실정을 되풀이
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체크해야 한다.

그럼에도 야당의원들의 공세를 차단하기에만 급급하다.

민심이반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윗분들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난국의 모든 책임을 과거 정권의 잘못탓으로만
돌리려는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과거 정권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너네들은 더 못한다"며 깎아내리기에
분주하다.

"이러다가는 현정권이 나라를 망칠 것"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철저한 자기반성의 바탕위에서 "실패의 경험"을 현 집권세력에게 깨우쳐
줘야 함에도.

중국의 작은 "거인"이었던 등샤오핑(등소평)도 최고의 스승은 "경험 대학"
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국난극복을 위해서는 온 국민이 단 하루를 지체해서도 안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여야가 다 마찬가지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육두문자를 주고 받거나 난투극을 벌이는등 감사장을 저질 코메디 경연장
으로 만드는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수감기관을 애먹이기 위한 무절제한 자료요구 행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인 의원들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우리사회의 구조조정과 2세 교육을 위해서도 정치인이 퇴출 1순위가 돼야
한다는 지적에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판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무위도식하고 경제에 걸림돌이 되는
퇴출 대상으로 매도당하기에는 억울한 인사들도 상당수 있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의정활동에 임하는 의원들도
있다는 얘기다.

오랫동안 정치권을 취재해온 기자는 정치인들이 너무도 자주 "동네북"
취급당하는 듯 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초중학교 교사가 "촌지"에,세무공무원이 "뇌물"에 흠뻑 젖어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그들중 일부의 탓인 것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원들도 비슷
하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관용일까.

어떤 조직이나 사회가 유지.발전돼 나가는데는 비록 상위의 몇%에 불과
하지만 앞에서 이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그런 능력있고 양심적인 인사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 j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