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은행경영관련자료들은 우리나라 은행의
현주소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한다. 상반기중 22개 일반은행들이 6조7천2백
35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것은 은행부실이 정말 깊고도 깊다는 것을 말해준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6개월간 적자가 자기자본규모를 훨씬 웃돈다.
서울은행은 적자규모가 자기자본의 2배, 제일은행은 1.5배다. 자본 전액
잠식상태라는 얘기다. 과거에 숨겨왔던 누적된 부실을 이번에는 그대로
결산서에 나타낸데 따른 것인 만큼 현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쨋든 정말 답답한 일이고, 참으로 큰 일이다.

올해안으로 두 은행을 외국은행 등에 매각, 정상화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게 거의 틀림없다. 이대로라면 돈을 내고 살 사람은 없을 것이니까.
주인이 있는 몇몇 후발은행을 제외한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다른 시중은행
들도 따지고 보면 오십보 백보다. 제일.서울처럼 자본전액 잠식상태는 아직
아니지만 6개월간 결손이 적은 곳도 자기자본의 3분의 1을 웃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올들어 6개월말까지 5천1백33억원의
흑자를 낸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예대업무 유가증권업무 환업무 등
경상적인 영업이익은 작은 반면 인건비를 포함한 경비는 엄청나게 많은 것이
외국은행 국내지점과 대조적인 국내은행들의 결산내역이다.

그만큼 생산성이 뒤진다는 얘기가 된다. 1인당 업무이익으로 보면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국내은행의 30배수준이다. 93년 3.8배에서 해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상반기중 시중은행들의 예대마진은 3.9%포인트로
작년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는게 은감원본석이다. 해마다 예대마진을 높이는
등 부실경영을 고객들에게 떠넘기면서도 엄청난 결손을 내는게 은행경영의
현주소인 셈이다.

은행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과제다. 짝짓기형식의 통폐합만으로 은행이 제
구실을 할수 없다는 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은행의 기존부실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출자 부실채권매입 등 지원조치가 빠른 시일내에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것 또한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제일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부출자가 불가피할 것이고 한일 상업은행통합 등 다른
금융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기왕에 하기로한 재정지원을 서둘
필요가 있다.

출자 등 지원은 하되 금융에 대한 관치는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도 제일 서울은행이 외국은행에 매각되도록 해야한다. 부당한 간섭에
No 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주인은 누가뭐래도 외국계은행일 수 밖에
없다. 은행에도 정말 주인이 나오도록 해야한다. 은행주식 소유한도만 높일게
아니라 대주주 자격요건도 현실에 맞게 조정, 자율적 책임경영이 가능토록
해야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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