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동남아 국가들의 환율이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중저가 소비재쪽은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 화장품을 팔고 있는 이재일씨와 일본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는 (주)진로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재일씨는 현지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발로 뛰는 영업으로 성공한
케이스.

진로도 뚫고 들어가기 힘든 것으로 정평이 난 일본에서 우뚝 선 성공케이스.

고가전략과 밀착 마케팅이 먹혀들어갔다.

이들외에도 어려운 상황을 헤치며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예는 많다.

그들의 성공전략을 현지에서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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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기가 전후 최악을 보이고 있는데다 장기간 계속된 엔화약세 등으로
한국상품의 대일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있다.

일본 현지의 한국종합상사들은 수출시장개척이 중단될 위기에 까지 몰리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을 맞고있는 가운데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성공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진로소주다.

일본에서 진로는 이제 한국의 얼굴상품으로 통하고 있다.

진로는 올들어 11월말까지 일본에서 3백35만상자(7백ml짜리 12병, 주문량
기준)가 팔렸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한햇동안의 실적(3백15만상자)을 벌써 20만상자나 넘어섰다.

불경기에다 두차례에 걸친 소주 주세율 인상에도 쾌속항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주류의 판매실적이 10%이상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3백80만상자는 거뜬히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보다 15%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단일 브랜드로 일본 소주시장의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줄곧 정상을 지켜온 다카라주조의 "준"은 올해 잘해야 지난해
수준인 3백60만상자 판매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일본수출 20년만에 "소주의 나라"로 통하는 일본시장을 평정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현지법인설립 10년만에 이룩해낸 한국소주의 쾌거로 평가할수 있다.

진로가 이처럼 성공할수 있었던 것은 고급소주로서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유통시장을 끈질기게 공략한 결과다.

진로는 일본진출이후 초지일관 고가정책을 유지해 왔다.

진로는 TV광고 등을 통해 고급소주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고가화를 통해 유통업체들과의 유대관계를 다졌다.

서울본사가 부도로 위기에 몰렸을 때는 일본유통업체들이 진로판매 확대를
위한 모임을 갖기도 했다.

"유통업체를 잘 잡으면 성공한다"는 시장논리를 십분 활용한 것이다.

진로재팬은 일본시장 정상정복을 위해 막바지 피치를 올리고 있다.

그 첫번째는 광고와 캠페인을 통한 인지도 제고다.

9월 한달동안 주류판매점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실시했다.

주문량에 따라 컵 우롱차 얼음통 신라면 등을 사례품으로 지급했다.

이 가운데서도 농심신컵라면은 가장 큰인기를 모았다.

한달동안 무려 6천상자(24개짜리)나 나갔다.

당초 예상물량 2천박스의 3배에 이르면서 물량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한국소주와 라면이 일본시장공략을 위해 공동전선을 펼친 셈이다.

이달들어서는 1.8l짜리 소주의 소비자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1천5명을 선정, 여행상품권을 준다.

"진로, 즐거운 여행"이라는 테마로 4개월간 실시된다.

TV광고도 재개한다.

진로 특유의 재치와 재미를 살린 새로운 CF를 제작, 11월5일부터 방송에
내보낼 예정이다.

둘째는 지역 및 소비자 밀착형 판촉전략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후쿠오카와 오사카에서 열리는 서일본수입품전시회와 재팬푸드전시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고있는 진로가든 신주쿠점을 테스트마케팅장으로
활용하는 구상도 세워 놓았다.

12월에는 신주쿠점에서 도쿄FM방송과 공동으로 진로징글벨파티도 열
예정이다.

셋째는 영업망 확대 및 정비다.

내년 3월에는 센다이에 영업소를 낼 계획이다.

할인점 편의점 등 새로운 형태의 점포에 대한 공략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전략으로 진로재팬은 2000년에 연간 5백만상자를 판매하는 한편
장외시장에 등록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만들어 놓고 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