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4시 인천국제여객터미널.

부지 3천여평의 넓직한 이 터미널에는 수백명의 보따리 무역상들과
수백대의 화물차.승합차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차량들 사이 빈공간마다 물건을 담은 마대자루나 대형 가방들이 테이프로
칭칭 동여매진채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위하이로 갖고가 일부는 상점에 넘기고 나머지는 시장 노점에서
팔아치울 겁니다"

위하이에 주소를 둔 조선족 왕춘화(46.여)씨.

그녀는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겨울코트 수십벌을 여러개
가방에 나눠담고 테이프로 감느라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중국에 들어가 돈벌
생각으로 기분이 들떠 있었다.

이날 중국으로 출항하는 배는 위하이와 단둥 두갈래길.

배는 오후 6시에 출항하는데도 탁송 화물이 산더미를 이뤄 4시부터
터미널은 떠들썩한 모습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한 보따리 무역이
성행하고 있는 현장이다.

인천세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한달평균 1만여명이 4백50t의 국내
생산품을 중국 등지로 반출했다.

그러나 지난6월에는 처음으로 보따리 통관량이 1천t을 돌파해 1천60t을
기록했다.

이후 8월 1천1백75t, 9월 1천6백70t을 기록하는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따리 상인들이 갖고 나가는 물건도 가지가지.

주종을 이루는 것이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시장에서 판매하다 남은
할인의류들.

시티톱 크랙주니어 등 갖가지 상표들을 붙인 의류들이 수십벌은 족히
들어갈만한 초대형 가방에 가득 담겨 나간다.

국내 기업의 중국 현지법인에 내보내는 원단과 피혁 등도 빽빽하게
포장돼 반출화물에 뒤섞여 있다.

이밖에도 전기밥솥 손톱깎이 위성안테나 양말 모자 등도 보따리상 손을
통해 이곳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들 보따리 무역이 벌어들이는 달러규모는 만만치 않다.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나가는 보따리 화물량은 1주일에 컨테이너
1백여개 물량.

보통 한개 컨테이너에는 1백개의 대형 보따리를 싣는데 우리돈으로 치면
1억원에서 2억원 정도.

어림짐작으로도 연간 4억~5억달러를 보따리 무역상들이 벌어들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따리 무역상들은 무역 틈새시장을 노린 한국인과 화교, 조선족, 중국인
등이 주도를 한다.

계측기기 오퍼상을 하다 2년전부터 보따리 무역상으로 변신한
김춘한(50)씨는 "국내에서 생산한 값싸고 질좋은 의류 제품을 중국으로
들고갈 경우 적지 않은 이익을 낼 수 있다"며"보따리 무역은 공장이나
종업원이 필요없는 단독사업으로 제격"이라고 소개한다.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한 보따리 무역이 지난 5년동안 제자리를 잡음에
따라 무역상들의 무역규모도 확대되고 체계화 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상들은 대부분 동대문시장 등지에 단골 거래처를 2~3개씩은 확보해
두고 있다.

1주일에 두번씩 입.출국을 반복하면서 거래처가 미리 확보해둔 제품을
싹쓸이 하듯 수집한다.

중국 현지에도 대형 의류상가를 끼고 있어 대부분의 물건을 소화해
판로도 확보해 놓고 있다는게 이들의 귀띔이다.

여객터미널에서 대형 가방 등을 판매하면서 무역도 겸하고 있는
K무역공사의 임영진(37)씨는 "케니트레이딩, ED인터내셔널, SDS 등 중국
보따리 무역만을 전문으로 하는 무역회사들이 잇달아 생기는것만 봐도
대형화, 기업화되는 보따리 무역을 짐작할수 있다"고 소개했다.

불황으로 판매가 벽에 부닥친 국내 의류 등 경공업 업체의 재고를
소화시켜 주는 훌륭한 통로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인천~중국간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는 위동항운유한공사의 오중곤 차장은
"보따리 무역이 처음에는 중국과 무역마찰을 빚는 등 갖가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만큼 터미널을 확충하는등 이들
무역상이 손쉽게 사업을 할수 있도록 각종 지원이 뒤따라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