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최근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부 장관들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설전을 벌이는 등 "충돌"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관리들
간에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물른 이같은 사태는 목표 수치 위주로 추진되고 있는 "획일적"인 규제철폐
를 둘러싼 그동안의 정부부처간 갈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13일 규제개혁이 미흡하다는 김대중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세종로 청사에서 정해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이규성 재경, 박태영 산업자원, 김정길 행정자치, 이정무
건설교통부 장관 등과 청와대 김태동 정책기획수석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 실장과 김 수석은 "연말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처별로 규제 50% 이상을 정비해야 한다"며 장관들이
직접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일부 장관들이 "올 연말까지 규제 50%이상을 철폐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시기적으로도 어려운 일이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재경장관은 김 수석에게 "청와대에서 (규제개혁을) 무리하게 요구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바로 따졌다는 것.

뿐만 아니라 김 수석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해야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정 실장과 김 수석은 "총리가 주재하는 규제개혁위
회의에 장관이 참석하지 않고 차관이나 담당 실장을 보내서야 회의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일부 부처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앞으로는 장관들의 출석여부를 체크하겠다"는 언급에 이규성 장관은
얼굴을 붉히며 "장관을 초등학교 학생 취급하느냐"고 언성을 높이며
일어서는 바람에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