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시각이 경제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외국인들은 이제 한국의 구조조정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의 평가에 따라 한국경제는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고 제2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에따라 한국경제신문은 한국의 구조조정을 지켜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국내외 동시 설문조사를 실시
했다.

질문의 초점은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에 두었으며 부수
사항으로 외국인 투자환경, 대외신인도, 한국 및 세계경제의 전망 등을
다루었다.

설문은 모두 25개 문항으로 구성됐고 일부 분야에서는 2~4개의 세부질문이
주어졌다.

이번 조사는 13개국의 주요기업과 업종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
짐으로써 다른 어떤 조사보다 국내외 외국인의 시각을 충실하게 반영
했다는데 의미를 둘수 있다.

이번 외국인 설문조사는 미국 일본 독일 등 13개국 1백17개 기업의 경영인
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가운데 45개 기업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지사나 현지법인이었고
72개 기업은 해외본사가 직접 설문에 응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기업이 45개로 가장 많았으며 업종별로는 금융업 서비스업
제조업 등의 순이었다.

조사는 세계 7개지역에 나가 있는 본지 해외특파원과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졌다.

[ 설문조사 참여 주요기업 ]

<>미국 : 화이자, 3M, GM, 듀폰, JP모건, 메릴린치 등 45개사
<>영국 : 브리티시텔레콤, 바클레이즈은행 등 6개사
<>독일 : 바스프, 루프트한자, 지멘스, 두산오토, 바이엘 등 11개사
<>프랑스 : 롱프랑, GOVSSIN 등 5개사
<>스웨덴 : ABB, 에릭슨, 볼보, EQVITIES 등 8개사
<>스위스 : 네슬레 등 5개사
<>네덜란드 : ABN-AMRO, 푸르덴셜 보험 등 6개사
<>기타 : 일본, 홍콩, 벨기에, 캐나다 등 31개사

<>합계 : 국내진출사(45), 해외현지기업(72) 117개사

< 정리 = 임혁 기자 limhyu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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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 전반적 평가 ]

한국의 구조조정 진행상황에 대한 외국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은 "긍정적
(33.3%)"이라는 평가가 "부정적(29.1%)"이라는 평가보다 우세했다.

구조조정이 끝나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35.9%가 "3년후", 19.7%가 "2년후"
라고 응답해 과반수가 2-3년후에는 구조조정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지 1년이 채 안된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구조조정을 가장 서둘러야 할 분야로는 "금융산업(42.6%)"이 지목됐고
"대기업(23.5%)" "정부(12.2%)" "정치(11.3%)"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기업 구조조정에 앞서 금융부문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국내
재계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최대 장애요인으로는 "정부의 정책부재(24.8%)"가 꼽혔다.

구조조정을 뒷받침할 세제 및 금융상의 유인책등 전략적 접근이 아쉽다는
지적이었다.

또 "아시아 주변국의 불경기(19.5%)"와 "정치적 불안정(14.2%)" 등도
주요인으로 지목돼 주로 경제외적 문제들도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응답자의 70.7%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증가 등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동원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경기부양책이 없이 구조조정을 강행할 경우 성장잠재력 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국내 기업들의 우려에 외국인들도 동감하고 있는 것이다.

[ 분야별 구조조정 평가 ]

분야별 평가에서는 앞으로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 꼽힌 금융산업
분야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7.7%로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24.8%)보다 10% 이상 많았다.

대기업 분야 역시 "긍정적"인 평가(35.9%)가 "부정적" 평가(30.8%)를
웃돌았다.

금융과 기업 개혁이 비교적 비교적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을
확인한 셈이다.

이에비해 공공분야, 정부분야, 노동시장분야 등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
견해가 "긍정적" 견해보다 우세했다.

그중에도 가장 나쁜 평가를 받은 분야는 정부분야였다.

정부분야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자 비율은 13.7%
에 불과했다.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9.0%에 달했다.

이는 정부조직의 축소나 공기업 개혁등에 대한 국내의 낮은 평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또 행정규제 완화 등이 외국인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정부분야 다음으로는 "노동시장 개혁이 미흡하다"는 응답이 56.4%에 달해
가장 높았다.

* 대기업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이는 빅딜이나 워크아웃등이 외국인들에게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최대의 관심사인 5대 그룹간의 빅딜에 대한 평가였다.

최근 합의가 이루어진 빅딜에 대해 외국인중 27.8%가 "해당 그룹의 구조
조정과 경쟁력 확보에 매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도 47.8%에 달해 전체적으로 75.6%가
빅딜의 효과를 인정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의 종사 분야별로 볼 때 연구기관 관계자들
보다는 제조업 금융업 등 기업현장에 있는 외국인들이 더욱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효과가 거의 없다"거나 "전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4.4%에 그쳤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그동안 한국정부가 "빅딜 협상의 내용이 미흡하다"며
비판적 시각을 보인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따라서 빅딜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다 정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금융산업 =금융산업 구조조정 내용 중에서는 정부간섭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금융기관 경영에 대한 정부간섭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한 외국인은 18.1%에
그쳤다.

반면 "줄어들지 않았다"는 응답은 52.6%나 됐다.

아직도 금융기관 경영에 정부간섭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에비해 금융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47.2%로 "부정적인
평가(16.3%)"를 압도했다.

증권시장 개방,외국은행 진출등이 IMF체제 이후 대대적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실금융기관 퇴출이 충분했느냐"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평가
(31.0%)가 긍정적인 평가(25.8%)보다 많았다.

아직 부실금융기관을 더 정리해야 한다는 평가였다.

* 공기업 =공공분야 구조조정의 핵심은 <>공기업 관련업종의 외국인 투자
개방 <>공기업 민영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대한 외국인 참여 등
세가지 사항이다.

이중 "공기업 관련업종의 외국인 투자개방 정도"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
(35.9%)이 부정적 시각(25.6%)보다 많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공기업 민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쪽(18.8%)
보다 부정적 견해(31.7%)가 우세했다.

또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대한 외국인 참여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24.3%대 24.4%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결국 공공분야 구조조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보다 과감한
공기업 민영화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 정부분야 =한국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해서는 "매우 강하다"는 답변이
12.8%, "강한 편이다"는 응답이 45.3% 등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조직 축소, 행정규제 완화 등 실천적 측면에 대한 평가는 극히
저조했다.

"중앙및 지방정부의 조직.인력 축소와 효율화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11.1%에 그쳤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51.3%에 달했다.

그중에도 매우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20.5%를 차지해 정부조직 개편이
외국인들에게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행정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낮게 평가했다.

지금까지 진행돼온 규제완화에 대한 평가는 "그저 그런 수준(39.7%)"
이라거나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25.9%)" 또는 "경제위기 이전과 달라진게
없다(2.6%)" 등의 부정적 평가가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진전이 있었다"는 응답은 31.8%에 불과했다.

특히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경우 "그저 그렇다"거나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는 응답자가 무려 86.7%에 달했다.

국내 사정에 밝을수록 한국의 규제완화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이다.

* 노동분야 =노동분야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노사관계 개선 두개 항목에 질문이 주어졌다.

외국인들은 이 두가지 항목에 모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사관계가 개선됐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응답비율이 48.7%를
차지해 긍정적인 쪽의 15.4%를 훨씬 상회했다.

또 노동시장 유연성의 핵심사항인 "정리해고가 정착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13.7%에 불과했던 반면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53.8%나 됐다.

정리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주된 원인(복수응답)으로 외국인들은
"노동조합 등의 강한 반발(46.2%)"과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사고와 관습
(39.3%)"을 들었다.

이밖의 원인으로는 "기업의 해고처리 미숙(25.6%)", "해고 제도 자체의
부실(23.1%)", "정치권의 개입(21.4%)", "정부의 법집행 의지 부족(20.5%)",
"사회전체의 위기의식 부족(19.7%)" 등을 지목했다.

[ 외국인 투자 ]

구조조정이 잘 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메터중 하나는 외국인
투자환경의 개선여부라는 점에서 투자여건 개선 여부를 묻는 질문과 투자
전망을 묻는 질문이 주어졌다.

조사에서는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결과 "한국의 투자여건이 개선됐다"는
응답(49.5%)과 "개선되지 않았다"는 답변(50.5%)이 비슷하게 나왔다.

굳이 따지자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1~2년간 외국인 투자전망은 67.3%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외국인들은 또 한국내에서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해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복수응답)으로 외국인투자 유인책(19.7%)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역설적으로 한국에는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일 유인책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라 할 수 있다.

영국 등 선진국들까지도 정부가 앞장서 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펴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더욱 필요
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못지않게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18.3%)"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완화(15.5%)"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의 외국인투자 동향과 관련, 기존에 진출한 외국기업중 일부가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이 주어졌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려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외국인들은 "전반적
인 경기침체(58.1%)"와 "불투명한 시장수요 전망(45.2%)"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외국기업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이밖의 요인으로는 "해당 산업에서의 진입장벽(28.0%)"과 "외국자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24.7%)", "정부의 규제와 간섭(23.7%)" 등이 꼽혔다.

이중 한국인들의 편견을 투자장애 요소로 꼽은 비율은 국내거주 외국인이
31.3%인 반면 해외거주 외국인은 21.3%로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에 들어와 활동하는 과정에서 더욱 편견의 벽에 부딪혔다는 얘기였다.

[ 대외 신인도 ]

대외 신인도와 관련해서는 "최근 한국정부가 외국에서 발행하는 채권의
리스크 프레미엄이 상승하고 있는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이
주어졌다.

외국인들은 한국 자체의 문제와 외부적 요인에 비슷한 무게를 두었다.

즉,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 때문"이라는 답변이 29.7%였는가 하면
"한국의 거시경제지표 부진 때문"이라는 견해도 28.6%로 나왔다.

물론 구조조정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그중에도 특히 "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실망(17.6%)"을 지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실망(12.1%)"이라든가 "외국 자본에 대한 한국정부
의 불투명한 태도(12.1%)" 때문이라는 응답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한국이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야할 과제가 무엇이냐"
는 질문에는 "한국정부와 국민들의 의식변화(32.3%)"와 "금융 구조조정 완료
(32.3%)"가 지적됐다.

정부와 국민의 의식개혁을 지적한 외국인들 중에는 특히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이 더욱 많았다.

이밖에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는 "조속한 기업구조조정
완료(11.8%)"와 "노동시장 유연성보장(8.6%)" 등을 들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