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가장 절박한 과제는 가치창조적 고용창출이다.

이를 위해선 규제개혁과 중소기업 살리기를 정책결정의 최우선과제로
삼아야 한다.

규제는 경제의 효율성을 가로막고 자본을 파괴하는 한국의 "풍토병"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서비스,제조업,농업등 업종에 관계없이 일자리를 늘리는
"엔진"이다.

21세기 한국경제발전의 견인차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정부로부터 충분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속에서 규제개혁과 중소기업 살리기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향후 3년내에 총 2백4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경제는 고부가가치의 기반위에서 과거의 높은 성장률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된다.

< 한국경제 발전과정 비판 >

지난 70년이후 한국경제의 발전과정을 보면 한국경제는 총 임금(근로자에게
제공되는 모든 보상)과 기업의 영업이익, GDP(국내총생산)가 기형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0년이후 임금증가는 GDP 증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이뤄진 반면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는 GDP 증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70년을 1백으로 했을 때 97년의 GDP는 약 8배가 증가한 7백98이다.

이에 비해 영업 이익은 4백47, 총임금은 1천1백27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높은 임금이 아니라 낮은 이윤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가 그만큼 적었다는 얘기다.

결국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것은 높은 임금이 아니라 기업의 낮은
이윤이었다.

자본도 마찬가지다.

88년까지는 고정자본의 증가속도와 GDP의 증가속도가 거의 일치했다.

그러나 88년 이후부터 고정자본 증가곡선은 GDP 증가곡선보다 훨씬
가파르다.

70년을 1백으로 했을 때 97년의 순고정자본은 1천88로 7백98인 GDP보다
훨씬 높다.

이는 자본증가가 이뤄진 만큼 경제성장이 안됐고 오히려 자본이 낭비됐다는
의미다.

이런 기형적인 발전이 "한국주식회사"의 경영(management)이 잘못된 탓만은
아니다.

문제는 규제다.

규제가 시장의 힘을 왜곡시키고 효율을 떨어뜨렸다.

한국경제의 발전과정을 검토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또 한 분야는
환율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은 잘못된 것이었다.

일본과 대만이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동안 한국은 늘 무역적자였다.

원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해온 당연한 결과다.

한국은 반도체거품이 불던 94년을 제외하고는 91년이후 줄곧 수입초과국
이었다.

< 고용과 실업 >

한국은 고용통계에 관한 한 비교적 좋은 기록들을 갖고 있다.

90년대 들어 매년 40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실업률도 낮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97년 8월부터 98년 8월까지 일년사이에 1백52만5천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이 가운데 67만6천개는 제조업에서 없어졌다.

서비스업에선 85만3천개나 사라졌다.

이것은 정부통계다.

그러나 각종 자료를 종합해 보면 최소한 2백20만명 이상이 사실상 일자리를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경기가 좋아져 이전처럼 매년 4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치자.

그러면 96년 수준의 일자리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13년이 걸린다.

2012년에나 96년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 앞당기기 위해선 최소한 일백만개의 일자리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 왜곡된 시장 >

한국경제는 너무 많이 왜곡돼 있다.

그 주범은 바로 규제다.

규제는 시장기능의 효율을 저해하고 자원을 낭비하게 한다.

이런 규제들은 "가치파괴적(Value Destrying)"이다.

흔히들 토지구역정책(Landing Zone)을 가치파괴적인 규제라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규제는 토지개발회사의 설립을 막는 정책이다.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토지개발회사들은 주식시장에서 덩치 큰 상장
기업들이다.

한국에선 건설회사들이 토지를 개발해 적절한 이익을 남기기가 불가능하다.

대신 한국토지공사에 개발된 땅을 매각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외국인들은 한국의 건설회사들을 사려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정책들은 경제를 왜곡시키는 동시에 고부가가치의 일자리창출을
방해하는 규제들이다.

규제를 철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실종된 시장들 >

한국에는 수많은 "실종된 시장(Missing Markets)"이 존재한다.

"실종된 시장"은 "실종된 일자리"를 의미한다.

"실종된 시장"의 사례는 금융부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물시장이 대표적이다.

선물시장이 설립되면 금융중개인들이 부채, 리스크, 불확실한 미래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금융장치가 생겨난다.

여기서 수많은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러한 선물시장 도입을 촉진하기는 커녕 자꾸 연기시켜
왔다.

이와 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자본과 토지가 결합된 "부동산저당권 시장(mortgage markets)"도 그중의
하나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부동산 매입자는 자금의 80~90%까지, 어떤 경우는
전액을 25년이상의 장기상환조건으로 빌릴 수 있다.

경쟁적인 부동산저당권 시장제도가 도입되면 건설업의 운명과 토지개발방식
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런 부동산저당권 시장이 없다.

이 때문에 주택 및 토지시장이 상당히 왜곡된 상태다.

< 1백만 일자리 만들기 현실화 >

"1백만 일자리 만들기"는 한국이 21세기의 경쟁력 시험대를 반드시
거쳐야만 이루어질수 있다.

모든 생산요소들이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지 아니면 약화
시키고 있는지 점검돼야 한다는 말이다.

"1백만 일자리 만들기"는 한국의 싱크탱크들이 모두 협력해 고용창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정부내 관련 부처는 노동부다.

그러나 노동요소는 한국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리는데 필요한 13개 요소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1백만 일자리 만들기"는 모든 경제영역을 포괄할 때 성공할 수있다.

가치창조적인 경제를 창출하는 것은 모든 경제 영역의 임무이기도 하다.


< 분야별 늘어나는 일자리 >

EABC 보고서는 5대 실천과제를 중심으로 한국경제의 변화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3년 3개월동안 2백4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전망했다.

실천과제가 충실히 이행되면 시장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되고 규제에
의해 진입의 기회조차 막혀 있던 "실종된 시장(Missing Markets)"이 새로
살아나게 된다.

새로운 시장은 당연히 새로운 인력들을 필요하게 된다.

또 변화된 시장환경속에서 기업가들은 자유로운 창업과 활발한 활동이
가능해진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벤처분야에서도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EABC의 분석에 따르면 "1백만 일자리 만들기" 운동의 시행 첫 해에는 총
23만2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어 2년차에는 규제개혁, 중소기업살리기등의 정책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74만7천명의 새로운 고용이 가능해진다.

또 3년차에는 86만9천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4년차에는 증가세가 다소 수그러들어 59만개 수준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수 있는 "생산요소"는 13개다.

토지(Land) 노동(Labour) 자본(Capital) 등 전통적인 3대 생산요소 외에
기업가(Entrepreneur) 시스템(Systems) 기술(Technology) 정보(Information)
사회간접자본(Infrastructure) 시간(Time) 위험(Risk) 취미(Taste) 기법
(Skill Sets) 품질(Quality) 등이다.

요소시장별로 보면 토지시장에서 총 66만개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규제가 많다는 얘기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규제중의 하나가 토지개발회사 설립에 대한 제한이다.

민간기업의 토지개발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된거나 다름없다.

기업가시장에서는 벤처자본가들의 창업으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창업을 위한 설립자본금기준이 지나치게 높다.

이런 규제가 없어지면 자유롭게 소기업들이 설립될 것이다.

이런 조치로 기업가 시장에서는 총 54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전망이다.

시간시장은 소매, 유통업등과 관련된 분야다.

한국에서는 쇼핑몰 설립금지구역이 있어 자유로운 시장창출이 어렵다.

이런 장애물이 없어지면 28만여명의 고용이 이뤄질 수 있다.

취미시장은 예술, 관광 등과 관련된 사업이다.

이 분야에서는 독점적인 관광기구가 대표적인 시장왜곡 사례다.

여기에서는 20만여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정보요소시장은 교육 정보기술 등이다.

출판허가, 사립학교설립 등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면 약 14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자본시장에서는 선물시장, 부동산저당권시장 등에 대한 규제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뉴욕주식시장 수준으로 자유화되고 각종 규제가 철폐
된다면 10만여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기법시장은 매니지먼트, 광고 마케팅과 관련된 시장이다.

첨단 금융기술,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 접합되면 12만4천명 정도가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위험과 관련된 대표적인 시장은 보험이다.

이 분야의 시장진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11만8천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시장은 비숙련 근로자들을 교육하거나 취업을 알선시키는 직종들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민간취업알선기능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어서 이 기능이 활성화
될 경우 약 4만5천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여지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근로자와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시장이 잘 발달돼
있고 고용인력도 적지 않다.

품질시장은 기업을 포함한 사회전반에 불량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
감리하는 시장으로 한국에서는 상당부분이 비영리기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규제를 풀어 이 기능을 민간에게 맡기면 여기에서 3만4천개정도의 일자리가
발생한다.

다른 요소시장들에서도 독점적인 기구들이 없어지거나 불필요한 정부의
간섭이 줄어들면 요소시장당 3만~8만개 정도의 가치창조적 일자리가 생겨
실업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