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미국 월마트가 한국마크로를 인수, 한국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을
때 언론에는 한달이상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월마트의 한국내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월마트의 국내 연락처는 없었고 전화는 월마트의 홍보대행사인
뉴스커뮤니케이션스로 돌아갔다.

월마트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채 철저히 "그림자 플레이"를 했다.

대화 창구는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뿐이었다.

기자들의 취재요청도, 각종 문의전화도 모두 홍보대행사로 몰렸다.

월마트에 납품하고 싶다는 기업인, 언제 채용하느냐고 묻는 실업자, 땅을
팔고 싶다는 지주...

뉴스커뮤니케이션스 직원들은 하루종일 전화를 받고 취재에 응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월마트의 경우 홍보대행사의 필요성을 입증해준 대표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외국에서 사업을 벌일 때는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부딪치는 수가 있다.

진출 초기엔 더욱 그렇다.

월마트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월마트로서는 홍보대행사를 대변인으로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고 이 판단은 적중했다.

홍보대행사의 고객은 월마트처럼 한국에 새로 진출하는 외국기업 뿐이
아니다.

한국P&G 홍콩상하이은행 한국피자헛 한국맥도날드 등과 같이 10년이상
한국에서 사업을 벌여온 외국계 기업들도 홍보를 대행사에 맡겨놓고 있다.

일종의 아웃소싱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한국IBM을 비롯 글락소웰컴,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상당수 기업은
자체적으로 홍보를 한다.

외국기업 홍보대행이 본격화된 계기는 90년대초 한국군의 차세대전투기
기종 선정이었다.

당시 경쟁당사자는 미국의 전투기생산업체인 맥도널더글러스와
제너럴다이내믹스.

홍보대행을 맡은 버슨마스텔라와 커뮤니케이션스코리아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후 홍보대행이 보편화돼 지금은 외국기업을 주요고객으로 확보하고
활동하는 홍보대행사만 2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대행업무를 자신있는 분야로 특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홍보대행사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고객사를 대신해 언론에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준비해주는 일은 기본이다.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취재에 협조하기도 한다.

고객사와 관련된 돌발사태가 발생할 때는 맨먼저 "진화"에 나선다.

미국에서는 중대사고가 터지면 사장에게 보고함과 동시에 홍보대행사에
알리게 되어 있다.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홍보대행사는 고객사가 요청하면 컨설팅도 해준다.

심지어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일을 대행하기도 한다.

외국기업 홍보대행사 직원들은 젊다.

20~30대가 대부분이다.

영어로 쓰고 말하는 것은 기본이다.

홍보대행사에는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2, 3개 국어 능통자가 많다.

기업과 언론의 생리도 알아야 한다.

돌발사태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모욕도 참는 인내력을
지녀야 한다.

홍보대행사 직원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때가 많다고 호소한다.

기자들은 자료를 빨리 만들어보내지 않는다고 독촉하고 고객은 원하는대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트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이 순조롭게 풀릴 때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올들어 외국기업 홍보대행사를 보는 시각이 개선돼 다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전에는 홍보대행사에 다닌다고 하면 "외국기업 앞잡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업의 홍보대행자"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