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IMF(국제통화기금)한파로 움츠러든 틈을 타 다국적
기업들의 광고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불황에 시달리는 국내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광고비를 30%에서 최고
50%까지 줄이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들은 IMF를 오히려 시장점유율 확대의 호기로 보고
적극적으로 광고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동안 외국광고주의 TV광고액은
1백30억원이었다.

이는 전체 TV광고 판매액의 13.03%에 해당하는 양으로 전년동기의
7.37%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불황을 타지않는 외국기업들이 공격적인 광고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광고의 크리에이티브측면에서도 올들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종전같으면 한국인의 정서에 맞춘 현지제작광고를 조심스레 내보냈으나
최근엔 전세계에서 똑같은 내용으로 방영하는 글로벌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제는 TV에서 해외에서 제작된 직수입CF를 통해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나라의 모델을 구경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들의 글로벌 광고는 전세계적으로 제품의 브랜드이미지를
동일하게 유지하려는 표준화 방침에서 비롯됐다.

직수입CF는 전세계의 광고를 통일, 지역광고의 남발로 생길 수 있는
브랜드이미지의 혼란을 방지하는 장점이 있다.

단기간의 매출증대에 급급하기보다는 브랜드이미지를 강화함으로써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재구매를 유도하려는 다국적 기업 특유의 광고전략인
것이다.

TV 영화 등 영상매체를 통해 지구촌이 하나로 좁아지는데다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서구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면서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광고
전략은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들은 특히 한국이 IMF로 인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다국적 기업은 국내 광고시장 환경에 따라 로컬광고를 허용하는
사례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CF의 내용, 매체계획 등 세부사항까지 철저히
본사의 승인과 통제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의 선두주자격은 코카콜라다.

"언제나 어디서나 코카콜라"라는 로고송이 잘 알려진 이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광고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원한 빙원에서 북극곰이 콜라를 발견하는 내용이나 어린 꼬마가 콜라를
마시다 맛에 취해 병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내용 등 코카콜라 CF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크리에이티브로 전세계 소비자를 공략해 왔다.

코카콜라는 두산음료를 인수한 이후 국내 음료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환타"CF도 재개했다.

여기에서도 환타 태국, 환타 브라질 등 나라와 인종을 가리지않고
젊은이라면 함께 즐긴다는 컨셉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화 회사인 나이키도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광고전략을
펴고있다.

나이키는 브라질 국가대표 축구팀과 10년간 광고독점계약을 맺고 이들을
등장시킨 광고를 전세계적으로 동시 방영하고 있다.

축구스타 호나우도가 공항에서 볼을 차는 장면이나 바닷가에서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축구하는 모습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CF다.

나이키는 최근 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박찬호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컬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본사의 엄격한 심의를 거친 후에 집행되고 있다.

IBM의 경우 TV광고에서는 글로벌전략을,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에서는
로컬전략을 병행하는게 특징이다.

파란 눈의 수녀, 황색얼굴의 아시아 승려 등 다양한 지구인을 내세운
CF가 인상적이다.

IBM은 인쇄물의 경우 외국인의 모습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이
국내소비자에게 부정적인 맛을 낸다고 판단, 국내 제작물 위주로 광고하고
있다.

IBM 역시 국내 제작물이라도 기본적인 컨셉트와 디자인은 글로벌광고물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차용한채 모델만 바꾸고 있다.

위성통신회사인 이리듐이 전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개하는 광고캠페인도
눈에 띈다.

포켓사이즈 위성전화 서비스를 알리는 내용.

1억3천만달러의 광고비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진 이 캠페인은 동일한
메시지와 동일한 디자인의 광고를 한국을 포함, 지구촌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국내법상 잡지광고만 허용되고 있는 담배 역시 미국기업들의 공세가
거센 편이다.

켄트 말보로 팔말 등은 자국에서 사용하던 광고이미지에 카피만 한국말로
바꾸어 게재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영국항공의
광고이미지나 여성들의 머리결을 보호하는 데는 인종이 상관없다는
글로벌메시지를 던져주는 비달사순 등도 세계화 광고전략하에서 만들어졌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IMF관리체제 이후 국내 시장 개방이 더욱 촉진되면서
외국기업의 광고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세계를 단일
시장으로 엮어내는 글로벌 광고마케팅 역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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