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매키넌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국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오히려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키넌 교수는 한국경제신문사에 보내온 특별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환율을 적정범위 내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금융개혁 등 모든 구조조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이 왜곡된 것은 일본의 초저금리 및 엔화환율
불안에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아시아 국가들 간에 "환율 정상화"를 위한
공조체제가 시급히 가동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또 일본은 무역자유화를 조속히 완료하고 아시아 성장의 견인차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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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세계경제 ]]]


아시아 국가들은 왜 "성장 모범생"에서 "실패한 모델"로 추락하고 말았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원인의 하나는 금융부문의
거품이다.

정부가 금융의 혈맥을 틀어쥐고 특정산업이나 기업들에 지원을 집중함으로써
금융기능을 왜곡시켰고 그 결과 금융기관들의 자산이 대거 부실화하면서
신용공황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잘못한 것" 못지않게 "잘한 일"들도 많았다.

한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거시경제 정책은 준수했다.

사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의 회오리에 휘말려 들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다분히 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돼 빚어진 현상을 두고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시장을 전면개방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허둥댔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에 정작 필요한 것은 정책공조를 통해 종전의
고정환율제(변형)로 복귀하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10년이상 운영됐던 고정환율제가 마치 외환위기를 불러 일으킨
주 원인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지적은 옳지 않다.

오히려 지나친 환율절하가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97년 7월 태국에서 바트화 폭락사태가 빚어진 이후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일거에 40-50%씩
떨어졌다.

태국을 포함한 이들 동아시아 5개국의 통화가치는 현재도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20-30% 하락해 있다.

이처럼 급속한 환율절하는 수출시장에서 본의 아닌 "근린궁핍화
(beggar-thy-neighbor) 경쟁"으로 이어져 중국으로 하여금 위안(원)화 절하
등 연쇄적인 충격을 불러 올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과잉 인플레가 빚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 무역거래가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환율
저평가가 방치될 경우 해당국은 물가폭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하고 있는 물가안정정책과 정면으로 상치된다.

뿐만아니라 과도한 인플레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해당국가의 정부는 거시
경제를 축소운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둘째는 고금리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환율이 계속 저평가되면 투자자금의 해외유출 현상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동아시아 금융기관들 대부분이 자금을 단기로 조달해 장기로
운영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오를 수록 재무구조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셋째로 외채부담 가중으로 기업들의 대규모 도산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달러표시 부채가 늘어 부도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평가 절하가 지금 한국 등 동아시아
5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에까지 ''도미노 현상''처럼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에 공통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위기를 어느 한 두나라가 환율을 되올리는 것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련국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동시에 환율의 흐름을 되돌려 놓기 위한
공조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들어 이같은 공조체제가 일부 성공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간에 엔화절하를 저지하기 위한 공동 시장
개입이 단행됐던게 그것이다.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은 당시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당 1백43엔까지 치솟았던
엔화 환율을 달러당 1백37엔 선으로 떨어뜨렸다.

이는 구매력 평가기준(PPP)으로 볼 때도 타당한 조치였다.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따질 경우 엔화의 적정환율은 달러당 1백30-1백35엔
이다.

그러나 미.일 공조체제가 엔화의 현물가치를 안정시키는데 머물러서는
안된다.

현물 가치의 저평가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물환율의 왜곡이다.

엔화의 선물환이 너무 고평가돼있기 때문이다.

엔화의 현재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낮고 따라서 언젠가는 되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는 엔 선물환율을 지나치게 높여 놓았다.

장기적으로 엔화가 절상될 것이라는 전망은 미래에 대한 디플레 심리를
부추김으로써 민간 소비지출을 억누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엔화가 궁극적으로는 큰 폭의 절상행진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일본은 물론 국제투자자들 사이에 뿌리깊이 확산돼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미국이 상당부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숱한 통상마찰을 치르는 과정에서 지난 95년4월까지 근
4반세기 동안 엔화를 엄청난 절상가도로 몰아 넣었었다.

미국은 그 이후에도 무역역조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측에 끊임없이
엔화를 절상토록 압력을 행사했다.

급기야 미-일 자동차마찰이 절정을 치달았던 95년 봄에는 엔화환율이
달러당 80엔으로 솟구치는 사태가 빚어졌다.

미증유의 초엔고에 직면한 일본경제는 거의 붕괴 일보직전 상태로 몰렸었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조금이라도 이상징후를 보인다면 일본에 대한 엔화절상
압력이 즉각 재개될 것이라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또 미국의 경제상황은 미국내 중상주의자들로 하여금 의회에 대해 "일본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압력을 행사하기에 좋은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미래의 엔화절상에 대한 기대심리로 엔화 선물환율이
현물환율에 비해 크게 고평가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구매력 평가 기준을 넘어서는 엔화절상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더불어 일본 내에 만연해 있는 디플레 우려를 불식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이를위해 일본이 서둘러야 할 일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제조업은 물론 농업과 서비스업 분야에 걸쳐 완전하고 신뢰할 만한
자유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본이 이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도 상응하는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

슈퍼 301조에 근거한 일방적 통상보복 조치를 중단하고 반덤핑 제재도
거둬 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미-일 양국은 무역 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취해 온 인위적 환율조정이
오류였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무역 불균형은 환율이 아니라 양국간 저축률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두 나라는 엔화를 적정 구매력 평가기준 환율인 달러당
1백30엔선에서 항구적으로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미래의 엔화가치가 턱없이 절상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해소된다면 일본
중앙은행은 디플레 우려에서 벗어나 통화를 팽창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민간투자 및 소비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일본경제가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재진입함으로써 현재의 초저금리 구조 역시 국제수준으로 높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낼 것이다.

일본이 경제적 안정을 이룩한다면 한국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도 빠른
기간 내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일본의 내수회복으로 인해 그만큼 대일수출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엔화환율이 안정되면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를
운영함으로써 금융 및 외환 정책을 무리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의 비정상적인 초저금리가 해소되면 국제 금리차를 이용한
투기성 자금이동이 억제되고, 현재 세계 금융계를 짓누르고 있는 모럴
해저드 문제 역시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다.

사실 한국 등 동아시아 5개국은 97년 여름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큰 무리 없이 고정 환율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이같은 성공적 고정환율 시스템을 뒤흔든 것이 다름 아닌 엔화환율의
불안한 움직임이었다.

엔화가 언젠가는 대폭 절상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현물 및 선물 환율간
괴리는 일본의 금리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미국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려 놓았다.

이 금리차로 인해 핫머니가 국경을 넘나들면서 국제 금융시장을 교란시킨
것은 물론 일본의 저금리에 솔깃해진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과다 차입
(over-borrowing) 신드롬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느냐
여부는 엔화환율이 장기적으로 안정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엔화환율이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게 되면 일본의 초 저금리 현상도 시정
되고 나아가 핫머니도 상당 부분 진정될게 분명하다.

남은 문제는 실천 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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