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창립 34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한국경제연구원과 함께
13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부실채권규모 추정과 축소방안"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3백조원에 달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부실채권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제발표를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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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하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 재정자금 64조원 투입의 한계 >>

정부는 최근 금융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채권매입
32조원, 증자지원 32조원 등 모두 64조원을 투입해 부실채권비중을 선진은행
수준으로 축소키로 했다.

그러나 부실채권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향후 부실채권규모의
변화에 대한 예상이 없이는 재정자금 지원에 의존한 부실채권규모 축소방안
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부실채권규모는 실제 부실채권으로 분류된 여신뿐 아니라 거래기업의 향후
부도위험 또는 부실화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자산 위험정도(asset quality)를 분석한 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를 추정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부터 부실채권의 개념을 확대해 기업의 원리금
상환능력이 부족한 여신들도 부실채권에 포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제기준에 의한 부실채권은 부도기업 여신이나 장기연체여신 이외에도
현재 또는 미래의 부실화할 수 있는 채권까지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 부실채권규모에 관한 자료들은 단순가정에 의존하거나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어서 자료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정부정책을 오도할 수 있었다.

<< 부실채권규모 >>

상장업체 6백여개와 비상장업체(등록법인) 5천여개를 대상으로 업종별,
기업규모별로 이자보상비율을 이용하여 이자상환능력을 추정한 후 국제기준
에 의한 금융기관 부실채권 규모를 추정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세전순이익과 금융비용을 더한 액수를 금융비용으로 나눠
1백을 곱한 비율이다.

1백%를 넘지 못하면 부실로 판정한다.

<>전체기업

상장업체의 부실채권비중은 98년 각각 35.4%(총부채기준) 39.9%(차입금
기준) 그리고 38.9%(부실기업수 기준)에 이르고 있다.

3분의 1인 2백여개 이상이 원리금 상환 또는 이자부담 능력이 부족한
기업으로 판명됐다.

부실채권은 95년의 12.1~16.5%에 비해 98년에는 약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상장업체의 경우는 97년 현재 상장업체의 부실채권 비중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다.

이미 95년에 30% 수준에 달해 이자부담능력 기준에 의한 기업부실화가
상당기간 진행되어온 것으로 판단됐다.

<>기업규모별

상장업체의 경우 부실채권비중은 6~30대 대기업, 기타 대기업, 중소기업,
5대그룹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6~30대 그룹과 기타 대기업의 부실채권비중은 96년에서 97년 사이에
증가속도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의 부실기업 비중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올 상반기 결산자료를 이용한 업종별 분석(상장업체)에 의하면 어업 석유
화학 플라스틱 운송장비 숙박 운수.창고 통신업 업종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보상비율을 보여 줬다.

섬유 의류 광업 비금속 정밀기기 자동차 건설 도.소매의 이자보상비율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비상장업체의 경우 의류 석유 화학 플라스틱 전기전자 정밀기기 운송장비
가구 전기.가스.수도사업 등의 부실채권비중은 30% 미만이었다.

농업 어업 목재.출판 숙박 운수.창고 통신업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부실채권
비중이 높았다.

<>국제기준에 의한 부실채권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원리금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한 미래예측(forward
looking) 개념을 사용, 기업의 부실화를 추정한 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를 추정했다.

기존 기준에 의한 국내 부실채권규모가 국제기준에 의한 추정 부실채권비중
에 비해 약 5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국내에선 이자보상비율 1백%
미만의 기업들을 단시일 내에 요주의 이하의 부실채권으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이다.

IMF는 내년 1월부터 기업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부실채권 판정기준으로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은행권의 부실채권규모는 2백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는
3백조9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정부가 집계한 6월말 현재 은행권의 부실채권규모인 1백11조원에
비해 2배 정도되는 규모로 금융구조조정의 정책방향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함을 시사한다.

<< 부실채권 축소방안 >>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부실채권 정리방안은 정부가 부실채권규모를 과소평가
하는 데서 출발했기 때문에 문제점이 심각하다.

부실채권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제상황하에서 정부재정에 의존한
부실채권 정비 방안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의한 부실채권규모를 최소화하는 정책노력
이 필요하다.

금리 안정, 인건비 축소, 부채비율 축소 등 경제환경개선을 통하여 부실
채권을 건전채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경제환경을 개선한 후에도 이자지불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장기
연체여신에 대해서는 정부지원에 의한 부실채권 정리방식을 택해야 한다.

따라서 부실기업정리는 우리 경제규모로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
이 범위내에서 기업퇴출을 유도하고, 나머지 부실기업들은 가능한 한 회생
시키거나 점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부실채권을 축소시키는 현실적인 정책조합은 금리 3%포인트 인건비
10%포인트 기업부채비율 50%포인트 축소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부실채권규모는 절반수준(1백조원 정도)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책추진이 이루어진다면 최소한 이자보상비율기준 차원에서는
국제수준(4백~5백%)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