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비창" 발표 직후인 1893년 11월 콜레라에 걸려
사망했다.

"오감도"의 시인 이상과 "봄봄"의 작가 김유정은 1937년 폐결핵으로 요절
했다.

지휘자 푸르트벵글러는 폐렴 후유증에 시달리다 54년 작고했다.

콜레라 결핵 폐렴 등은 50년대까지 이처럼 무서운 질병이었다.

장티푸스와 이질 또한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생활수준이 향상된 70년대부터 결핵은 물론 콜레라나
이질도 현저히 줄었다.

세균성 이질은 페스트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등과 함께 제1종 법정전염병이다

위생상태가 나쁘던 과거와 달리 근래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이질환자는 11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올들어선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생, 환자수도
5백여명에 이르렀다.

요 며칠사이 서울과 경기도에까지 확산됐다.

한동안 사라졌던 콜레라가 다시 등장하고 이질이 급증하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자연파괴에서 비롯된 지구온난화와 IMF로 인한 전반적인 생활수준 저하가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정될 뿐이다.

답답하다 보니 한국사람은 고추장을 잘먹어 이질에 강했는데 요즘엔 식성이
달라져 면역력이 떨어진게 아닌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예방책도 집단급식소의 식품.식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각자 몸과 주위를
깨끗이 하는 정도다.

IMF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여기저기서 붕어빵 떡볶이 오뎅 닭꼬치 찐빵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늘어난다.

파리나 로마 런던에서도 길거리에 음식을 놓고 판다.

동남아에선 습도가 낮아 밖에 내놓은 음식이 덜 상한다.

우리나라는 습기때문에 식품이 금방 상한다.

중요한 건 장소보다 위생적인 처리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아깝다고 그냥 사용하면 위험하다.

어묵 등 생선가공식품이나 단백질식품은 특히 그렇다.

지난한 세월일수록 몸이라도 건강해야 버틴다.

이질은 날씨가 선선해지면 수그러든다지만 몸과 마음이 약해지다 보면
또다른 질병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모두 기운을 내서 건강관리에 힘써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