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코메르츠은행과의 합작을 이끌어낸 홍세표 외환은행장은 보통사람보다
키가 작다.

그러나 그는 체구와는 달리 조직 장악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게 주변의
평가다.

홍 행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재미있는 재주꾼"이라고 말한다.

작년 미국에 출장갔을 때 일이다.

대낮에 길거리를 걸어가다 흑인강도를 만났다.

강도는 총을 겨누는 시늉을 하며 그를 위협했다.

그러나 홍 행장은 당황하지 않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기지를 발휘,
위기를 모면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홍 행장의 진가는 뭐니뭐니해도 코메르츠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그는 지난93년 한미은행장으로 갔다가 지난해 7월 친정인 외환은행으로
돌아왔다.

취임과 함께 그는 외자유치를 추진했다고 한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가 닥치기 훨씬 전인데도 말이다.

합작은행인 한미은행장을 역임해서일까.

홍 행장은 작년9월 열린 IMF 총회에 참석, 콜하우젠 코메르츠 은행장에게
공식적으로 자본참여를 요청했다.

이후 미국의 트래블러스그룹이 자본 참여를 원했지만 직원의 절반가량을
자르라는 턱없는 요구를 해왔다.

고심에 빠져있던 그에게 콜하우젠 행장은 올해 1월 "그때의 제의가 아직도
유효하냐"며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

80년대초 미주본부장을 하면서 콜하우젠과 교분을 쌓은 결과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