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엔 은행원들을 자극하지 말라"

은행원들이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물론 조흥 등 7개 조건부 승인은행과 서울 제일 등 9개 은행의 직원들
이야기다.

이들 은행 대부분은 이번주중 희망퇴직신청을 받는다.

은행원들로선 이번주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그런 만큼 은행원들의 고민은 자못 심각하다.

살생부에 오른 사람이나, 간신히 살생부 등재를 면한 사람이나 사정은 같다.

정규퇴직금 외에 퇴직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이다.

반면 내년에도 은행들은 전체직원중 10-20%씩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

8-12개월분의 퇴직위로금을 받느냐 안받느냐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9개 은행들은 이미 살생부를 작성, 해당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통보했다.

대상은 줄잡아 1만3천여명.

퇴직인원수 9천여명을 채우기 위해 1.4배정도를 추출했다.

희망퇴직인원이 미달할 경우 정리해고를 실시할 수 밖에 없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은행원 살생부의 첫번째 특징은 상다하소.

상위직급일수록 많고 하위직급으로 내려갈수록 적어진다.

서울은행의 경우 <>1급 50% <>2급 45% <>3급 25% <>4급 15% <>5급 5%를
줄이기로 했다.

두번째 특징은 가급적 객관적 기준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

자칫 법정싸움에 휘말릴수도 있어서다.

구체적으론 <>업적부진 등으로 후선으로 물러난 자 <>대기발령및 명령휴직
경력자 <>징계에 해당하는 비위행위자 <>변상판정 경력자 <>근무태도 불량자
<>급여압류자 <>민원야기자 <>후생복지제도 악용자 <>감찰결과 문제자
등이다.

서울은행은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에게 최고 20%를 가점하는 "인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살생부포함 여부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 은행에선 "OOO를 봐주기 위해 퇴직기준을 바꿨다 하더라" "OOO
XXX 등은 살아남는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이 난무한다.

목숨연장을 위한 필사적 로비도 끊이지 않는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합병을 앞둔 상업 한일은행.

한일은행은 지난번 노사합의대로 작년말 대비 32%를 줄이기로 했다.

이 경우 잔류인원은 6천59명.

문제는 상업은행이다.

노사합의대로 32%를 줄일 경우 잔류인원은 5백6백59명으로 한일은행보다
적어진다.

이에따라 상업은행은 한일은행과 잔류인원수를 같게 하기 위해 작년말
대비 28.2%를 줄이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9개은행 노사합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데다 한일은행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말까지 숨가쁘게 진행되온 은행구조조정.

이제 은행원간 생존게임으로 그 대미를 앞두고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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