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한국경제신문 창간 34돌을 맞아 10일 청와대 백악실에서
류화선 편집국장과 특별회견을 가졌다.

김 대통령은 "한국경제신문을 매일 읽는다"며 경제에 관한 질문에 대해선
특히 자신감에 찬 어조로 소상하게 답변했다.

3박4일간 일본을 국빈방문하고 돌아온 즉시 응한 회견이었지만 김 대통령
에게서 피로한 기색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빠듯한 일정의 출장을 다녀오셨는데도 정말 건강해 보이십니다"는 류
국장의 인사에 "요즘은 하루 6시간30분 정도 잠을 잘 잔다"고 소개했다.

건강유지 비결에 대해 김 대통령은 "수영을 좀 하고 있지만 건강에 중요한
것은 역시 정신"이라며 "나는 감기에 걸려도 누워 있을 틈조차 없는 팔자를
타고 난 모양"이라고 웃어 보였다.

김 대통령은 또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참 힘든 것 같다"면서 "작년 대선
직후 당장 갚아야 할 외채는 2백40억달러나 됐는데 물려받은 외환보유고는
고작 38억달러였으니 무슨 팔자인지 모르겠다"며 또 한번 ''팔자''라는 단어를
썼다.

회견 내용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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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서는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여러 정황으로 보건대 이번 방일은 과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이나 미국 방문 못지않게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일간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양국지도자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지난달 경제기자회견을 통해 구조개혁과 경기 진작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내놓은 내수 진작책 외에 검토하고 계신 또다른 대책이
있으신지요.

"통화신용정책을 계속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재정의 경기진작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각종 규제를 없애 기업이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기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그때 그때 필요한 경기 진작책을 강구해 나갈
방침입니다"


-신용경색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역시 중소기업입니다.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유망 중소기업들도 자금을 구하지 못해 쓰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여력을 대폭
늘리고 대출금 상환을 연장해 주는 등 실질적인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술력과 창의력을 갖춘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 우리 산업의
근간이 되도록 적극 육성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라고 무조건 지원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쟁력과 가능성이 있는 기업만 도와줄 것입니다.

중소기업정책도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추진하되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은
사회보장정책으로 도와주는 것이 순리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사회정의 등이 삼위일체가 되는 방향으로
국정을 펴 나갈 것입니다"


-중소기업도 그렇지만 우리 경제는 지금 전반적으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풀이 많이 죽어 있는게 사실입니다.

공직사회의 사기도 떨어져 있고요.

무엇보다 국민들의 기를 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감을 잃을 우리 국민들이 아닙니다.

종업원들이 자기 돈을 내놓아 기업을 살리는 사례를 보세요.

또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24시간 쉬지않고 공장을 돌리는 기업도
있습니다.

전부가 똑같이 어렵지만은 않아요.

이제 외환위기는 일단 고비를 넘겼습니다.

구조조정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사문제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요.

또 대기업들이 의욕을 잃었다고 하는데 국민의 정부가 어느 재벌은 좋아
하고 또 어느 재벌은 미워하는 일이 있었습니까.

앞으로도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세계경제가 매우 불안한 상황입니다.

한국에 제2 외환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잦습니다.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요.

"세계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확보한 가용외환보유고가 4백40억달러에 달합니다.

경상수지흑자도 연말까지 3백70억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단기외채 비중도 많이 줄었습니다.

이를 감안할 때 제2 환란은 오지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정부는 구조개혁을 조속히 마무리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수출증대
와 내수진작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유지해 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외국인투자업종을 추가 개방하고 조세감면 대상범위를 확대하는 등 외국인
투자유치 노력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2~3년전 문민 정부는 세계화를 외쳤습니다.

그에 따라 기업은 해외투자가 선인양 행동했습니다.

그것이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되었지요.

그런데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구조조정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업에선 기계설비고 뭐고 다 내다 파는 것이 선으로 돼
있습니다.

이것이 자칫 국가경제의 생산능력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장경제의 특징입니다.

기업이 설비를 내다파는건 어쩔수 없습니다.

이를 인위적으로 막아선 안됩니다.

그러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날수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 국내산업엔 과잉설비가 많습니다.

이런 것을 솎아낼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구조조정의 또다른 문제는 실업자 증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도 성공하고 실업자도 늘어나지 않게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공공근로사업 등 임시방편적인 실업대책보다는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대책, 예컨대 노동집약적 산업을 다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
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노동집약적이든 자본집약적이든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모든 기준은 경쟁력이 돼야 합니다.

제철 조선 자동차와 같은 기간산업과 신발 섬유산업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육성해야지요.

정부가 벤처기업을 강조하는 것은 벤처기업이 대체로 경쟁력이 높기 때문
입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건 물론이고요.

미국도 지난 80년대 대기업에서 25만명의 실업자를 쏟아냈지만 벤처기업에서
1백만명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산업별로 보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이제 3차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3차 산업중에서도 관광산업과 영상산업이 유망하다고 봅니다.

이젠 공업위주의 사고방식으로는 안됩니다.

공업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공공근로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만 사실 그건 생산성보다는 실업자
생계보전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일을 거의 하지 않고도 돈을 받아가는 문제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론 추진실적이 미흡한 실업대책을 축소하고 일자리를 보다 많이 만들
수 있는 대책 쪽으로 재원이 돌아가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할 것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대기업에 대해 전문경영인체제를 장려해 왔습니다.

이른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정책을 추진해 왔지요.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 정책은 앞으로도 추진할 계획이
없으십니까.

"기업은 자기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고 경영해야 합니다.

돈 남는 사업이라면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든, 오너가 경영하든 상관할 바가
못됩니다.

다만 오너가 기업경영에 간섭을 했으면 법적인 책임도 지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전문경영인으로 성공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사
의 빌 게이츠 처럼 오너가 경영해서 성공한 예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2세 경영인들에게선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방만한 경영을 하고 심지어는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참 잘못된 일입니다"


-최근 발간된 "DJ노믹스"를 보면 대통령께서 "대중 참여경제론"을 쓰실
당시와는 생각이 다소 바뀐 듯합니다.

분배 정의 구현이나 정부의 역할 등에 대해 특히 그렇다는 생각입니다만.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대중경제론은 경제력 집중과 빈부격차 문제가 대두되던 80년대 중반의
경제상황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분배문제를 강조했을 뿐입니다.

정부 역할에 대해서도 대중경제론에서는 시장경제 활성화외에 통화.재정정책
을 통한 거시경제의 안정유지를 강조한데 비해 "DJ노믹스"에서는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법.제도를 정비해 시장질서를 확립하는데 정부 역할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건전한 경제질서 확립과 운영을 위해 규칙을
정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지요"


-경제청문회와 관련해 일부에서 정치적 성격을 띤 청문회보다는 미국의
브래디위원회처럼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한 위원회를 설치해 조사하는 방법이
더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위원회 설치도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와 미국은 법체계와 그 운용이 서로 다릅니다.

미국처럼 조사전문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려면 검찰 감사원 등 강제조사권을
가진 다른 기관과 역할및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와 법률 검토를 먼저 해야할 것입니다"


-지난 7개월여동안 국정을 운영해 오면서 가장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리고 그동안 국정 수행을 자평해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오랜 기간 쌓여온 적폐들을 단기간에 제거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첫째는 개혁과 국민들의 고통경감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데 따른 어려움
입니다.

둘째는 개혁에 대한 의도적인 반발과 저항입니다.

과거의 잘못된 정치.경제.사회구조 속에서 혜택을 누려온 사람들이 개혁의
필요성과 목표를 오도하고 개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데 장애가 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셋째는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해져 우리 경제의 정상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취임한지 7개월 남짓 된 시점에서 국정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겨 평가
한다는 것은 성급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외환위기 극복이나 개혁추진 등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갈 길은 아직도 멉니다"

< 정리=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