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는 아방가르드룩(전위패션)이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왼쪽과 오른쪽이 판이하게 다른 비대칭과 불균형이 그 특징이다.

기존 패션경향과 상당히 달라 소비자들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행태도 이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문제는 부정적 면이 많다는 점이다.

먼저 "매출지상주의"폐해를 들 수 있다.

기업들은 해마다 매출목표를 과도하게 책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자도
마다 않는다.

목표를 달성하면 충신이고 그렇지 못하면 역적으로 몰린다.

기업내부의 건전한 의견은 묵살되고, 의사결정은 한쪽으로 쏠리는 문제를
낳았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과잉투자, 적정인력의 초과, 막대한 부채 등 "거품"을
만들어 냈다.

사실 기업경영의 목표는 이윤극대화.기업가치제고.주주이익증대 등 여러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오로지 매출극대화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또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것이 살 길이라 판단하고 소비자와의
직거래만 중시한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에게는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하청업체가 살아야 자신도 산다는 말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표현으로
무시한다.

반대로 거래처 고객과는 얼굴을 마주 대하려고 무던 애를 쓴다.

비즈니스란 원래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전쟁터 아니냐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상도의와 도덕경영 마인드가 무시되는 환경에서는 "신뢰"가
싹트지 못한다.

우리의 대외신인도가 낮은 원인도 결국 이런 데서 찾을 수 있다.

유행은 한번 지나가면 그뿐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와 기업경영에는 불균형과 극단주의가 그대로 남아 있다.

반드시 없애지 않으면 안 될 과제다.

외형적인 구조조정 못지 않게 의식개혁과 전환이 필요할 때다.

< 이철훈 (주)대영 대표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