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총회가 열리는 워싱턴은 세계금융지도를
다시 짤 거물들로 북적대고 있다.

각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이 그들이다.

국제금융전문지인 "글로벌파이낸스"(GF)는 총회를 앞두고 펴낸 9월호에서
국제금융계를 주도하고 있는 힘있는 6백명을 선정, 주목을 끌었다.

6백명의 국제금융계 강자에는 미셸 캉드쉬 IMF총재,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 등 낯익은 인물들이
많다.

한국에선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유종근 전북지사, 정주영 현대명예회장,
이건희 삼성회장, 자딘플레밍의 스티브 마빈씨 등 5명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 잡지는 이 위원장의 등장에 주목했다.

그는 은행 증권 보험사등을 감독하는 금감위 의장으로서 55개 기업을 퇴출
시키고 5개 은행 문을 닫은 것을 주요 업적으로 들었다.

특히 이 위원장이 재벌문제로 재정경제부와 다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때때로
국무총리에게 직접 보고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친구라고 표현했다.

이 잡지는 아시아국가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를 수습할 책임을 지고
있는 자리에 있는 인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 위원장을 그 예로
들었다.

멕시코의 하비에르 고메즈,태국의 아마레 실리온도 비슷한 케이스라는 것.

유 지사는 김 대통령이 추구하는 시장경제원리를 통한 개혁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물로 관료 금융인 재벌이라는 개혁저항세력을 부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이 잡지는 평가했다.

정 명예회장과 이 회장은 한국재계의 간판으로 국제금융계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명예회장은 소떼를 끌고 북한에 갔다온 것을, 이 회장과 관련해선
세계 최대 D램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곁들였다.

자딘플레밍에서 조사담당을 맡고 있는 스티브 마빈씨를 선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잡지는 외국투자자들이 객관적이고 바래지 않은 정보를 얻기 위해
마빈씨를 찾는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계에서 영향력이 큰 6백명은 전세계 65개국에서 선정됐다.

미국이 1백11명으로 단연 앞섰다.

일본은 유례없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데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경제 주도권이 약화되고 있음을 반영, 15명만이 포함됐다.

총리를 지냈던 미야자와(78) 대장상은 일본에서 가장 명석한 금융전문가로서
미국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업종별로는 금융인이 2백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잡지는 금융위기 심화로 국제금융여건이 급변함에 따라 매년 선정하는
국제금융계 강자 6백명의 인물들이 작년과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올해 6백명의 인물중에서도 영향력이 큰 순서로 12명을 별도로 선정했다.

그런스펀 FRB의장, 주룽지 중국총리, 미국 보험사인 AIG의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이 각각 1,2,3위를 차지했다.

4위는 GE에서 자본서비스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게리 웬트로 국제금융에
대한 영향력면에서 잭 웰치 회장을 제쳤다.

시티그룹의 존 리드회장 샌포드 와일 회장, 캉드쉬 IMF총재, 알 왈리드
사우디왕자, 골드만삭스의 존 코르진 회장, 모건스탠리 딘 위더의 존 맥
회장, 소로스펀드의 스탠리 드러켄밀러, 도이치방크의 브로이어, UBS의
마르셀 오스펠 등이 순서대로 5위에서 12위를 차지했다.

< 워싱턴=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