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전면개방을 앞두고 문화산업계가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업체와 제휴선을 대놓거나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등 다각도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대중문화 유입이 임박한데 따른 업계 움직임을 라이브공연 음반 영화
방송 광고 등 다섯분야로 나눠 알아본다.


<> 공연 =대중가수들의 라이브공연을 허용하는 것에서부터 개방이 시작될
전망이다.

라이브공연은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특성상 개방에 따른 충격이
비교적 덜하기 때문이다.

일본 대중가수들의 국내 라이브공연은 이미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조선음향의 경우 그룹 스마프의 요청을 받아들여 개방직후 한국공연을
주선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이브클럽은 지난 5월 한국가수들의 일본공연무대였던 코리안 팝
페스티벌에 상응하는 재팬 팝 페스티벌을 국내에서 열 예정이었는데
일본측과의 협의과정에서 무산됐다.

일본 대중가수들의 라이브공연은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초기에는 크게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란게 공연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들은 일본측이 먼저 국내지사 설립 등을 통한 매니지먼트부문 진출을
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체계적 관리기법으로 무장한 매니지먼트사들이 사전 시장정지작업을 벌일
것이란 뜻이다.

국내에는 라이브공연장을 찾는 풍토가 정착되지 않아 일본현지의 상황과는
다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는 가수층이 두터워 전문 매니지먼트사의 관리를 받는 몇몇
그룹의 경우 국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그룹에 대해서는 열성 팬클럽도 형성되어 있을 정도다.

일본대중음악 평론가인 이현재씨는 "일본에는 10대에서 40대까지의 정서를
만족시킬수 있는 다양한 장르와 색깔의 대중음악이 발달해 있다"며 "일부는
국내에서의 라이브공연만으로도 큰 재미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 음반 =음반업계는 일본 대중음악에 대한 국내시장 개방시기가 내년
3월쯤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부분의 음반업체들은 시장성이 엿보이는 일본 가수의 음반을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록그룹 "X재팬"의 음반이 비공식 루트를 통해 판매되는 등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일본 대중음악 수요층이 무시못할 정도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업체는 소니와 포니캐년이다.

소니와 포니캐년은 이미 몇년 전부터 일본음악 전문담당자를 두고 국내시장
상황을 점검해왔다.

소니의 경우 일본 본사와 국내시장 개방후의 마케팅 방향에 대한 협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MI 폴리그램 워너뮤직 BMG 등도 개방후의 시장동향에 대한 분석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록레코드는 데자와 고무로가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글로브그룹 및 아무로
나미에 등 인기그룹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아벡스 트랙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언제든 음반을 낼 채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음반은 빅터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으며 삼성뮤직 등도 꾸준히
일본의 음반시장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일부 수입업체는 대만에서 제작된 일본대중음악 편집음반까지 수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출판사들도 나서 일본의 빌보드차트격인 오리콤차트의 국내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 영화 =일본영화는 아직까지 국내 상영이 불가능하다.

외국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려면 공연예술진흥협의회의 수입추천을 받아야
하지만 일본영화는 아직 추천된 사례가 없다.

한.일합작영화도 "국민감정"이란 벽을 넘지 못한 상태.

김수용 감독이 지난해 만든 "사랑의 묵시록"은 제작 및 주연이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상영되지 못했다.

"블랙 레인" "리틀 도쿄" "가정교사" 등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일본풍
영화도 국내 상영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영화의 입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제한된 통로를 통해서나마 세계 수준의 일본영화가
소개되고 비디오로 이를 감상한 마니아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일본영화개방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한 국내 일부 영화업자들도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아미디어가 일본영화 "실락원"의 국내 상영권을 확보한 것을 비롯
만화영화를 중심으로 선점경쟁이 뜨겁다.

박철수 감독은 최근 일본인 배우를 기용한 영화 "가족시네마"의 촬영에
들어갔다.

현행규정으로선 심의통과가 힘들지만 영화사측은 영화진흥공사가 판권융자를
담보로 3억원을 지원한 작품이어서 11월 개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방송 =일본대중문화 개방과 관련해 방송은 맨 마지막에 빗장을 풀어야
하는 분야로 꼽히고 있다.

"안방"을 직접 파고드는 만큼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방송개방이란 일본 연예인이 국내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다든지, 일본영화나
드라마가 자막처리돼 원어로 방송되는 식의 직접적인 노출까지를 포함한다.

일본방송은 위성과 TV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이미 절반은 개방됐다.

현재 직접위성이나 중계유선, 케이블TV를 통해 NHK위성방송을 시청하는
가구수는 6백만을 넘고 있다.

지역민방을 통해서도 우리 선수들이 뛰는 일본 프로야구 중계를 볼 수 있다.

수도권이나 일부 대도시에선 위성수신안테나만 설치하면 일본디지털 위성
방송인 디렉TV나 스카이퍼펙TV도 시청할 수 있다.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서 방영되는 만화영화의 60~70%는 일본에서 제작된
것이다.

방송부문은 시청자들이 정서적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부터 개방될 것같다.

실제로 KBS는 공식제휴관계에 있는 NHK와, MBC는 후지TV와 공동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한 적이 있다.

KBS는 현재 NHK와 2002년 월드컵공동개최에 따른 만화영화 "아리랑"의
공동제작을 논의중이다.

방송개발원의 이기현 박사는 "공중파방송은 특히 선택적으로 수용할수
있는 뉴미디어와 파급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신중하고 단계적 개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광고 =국내 광고시장은 95년 광고물제작업 개방과 함께 사실상 완전히
문이 열린 상태다.

일본에서 제작된 광고를 국내에서 방영하거나 일본제품을 알리는 것 역시
법적으로 제한이 없다.

다만 국민정서상 일본글자가 화면에 나타나는 등 지나치게 "일본색채"가
강한 CF는 방송광고심의위원회의 규제를 받는다.

올해초 TV에서 방영된 "조야"매실주 광고는 일본에서 제작된 일본국적 CF로
관심을 모았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펩시맨"광고도 일본에서 성공한 후 국내 전파를
탄 사례다.

의류업계의 경우 청소년층의 감각에 맞는 일본모델을 기용하는 일이 많다.

덴쯔 하쿠호도 등 광고대행사들 역시 대부분 업무제휴나 지분참여 형식으로
국내 진출을 마쳤다.

일본제품의 국내 광고규모는 전체 광고량의 1%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수입선다변화정책이 99년 완전폐지돼 일본제품이 밀려오면 일본광고
물량 역시 상당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내 광고업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광고대행업체인 DDK의 한기훈 국장은 "30초 이상의 광고가 발달한 미국과
달리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15초짜리 짧은 광고가 발달해 크리에이티브
(표현기법)나 매체기획에서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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