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명절 때마다 곧잘 문제가 되는 것이 "선물"과 "뇌물"의 구분이다.

선물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기분좋은 물건이다.

이 세상을 살 맛나게 하는 일이 선물주고 받기다.

하지만 선물이 뇌물화할 때는 께름칙하고 기분 나쁜 것으로 표변한다.

물론 선물과 뇌물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그 선을 긋기도
참으로 모호하다.

3백여년전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목민심서는 선물의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권문세가에 후한 선물을 보내서는 안된다.

은혜를 받았거나, 혹은 의뢰하여 잘 지내는 사람에게는 때에 따라서 선물을
보내되 먹는 것 몇가지를 넘어서는 안된다.

초피(담비의 모피) 인삼 비단 등과 같은 값진 물건을 바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재상으로서 청렴하고 식견이 있는 사람은 받지 아니할 뿐 아니라, 나를
간사하고 비루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임금 앞에 나아가 그 사실을 아뢰어 벌주기를 청할 것이다.

결국 재물을 잃고 망신까지 당하니 위험한 일이라고 적고 있다.

오늘날도 음식 몇가지, 예컨대 술 한병과 고기 몇 근 정도면 선물로
인정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옛날이나 3백년이 지난 지금이나 인간사회는 이런 점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묘한 감회를 느낀다.

사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대를 막론하고 어떤 물건이
선물인지 뇌물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사회에는 인정이 넘쳐야 하는데 너무 법을 강조하다 보니 선물이
사라지고 인정이 메말라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러나 선물을 핑계삼아 뇌물을 건네는 악습을 철저히 뿌리뽑기 위해서는
그 한계와 구분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 주변부터 공과 사를 구분하는 노력이 있을때 IMF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동섭 < 변호사.전서울지법판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