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크게 두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이다.

겉으로 보이는 품질 또는 가치와 실제가치가 일치하여야 한다.

그것이 투명성이다.

다른 하나는 그 시장의 상행위를 지배하는 시장 참여자의 룰이다.

남대문 시장에는 그곳의 룰이 있다.

예컨대 부르는 가격을 다주고 사면 안된다.

(물론 정찰제도 있긴 하지만)

백화점에 가면 그곳의 룰이 있다.

세일기간이 아닌 경우에는 정해진 가격을 그대로 지불해야 한다.

백화점 물건과 재래시장 물건의 질은 통상 차이가 있기에 가격차이도
생긴다.

간혹 같은 물건인데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가격이 다른 경우가 있다.

요사이는 무슨 마트니 무슨 클럽 등에서 가격파괴가 이뤄지고 있다.

그래도 그런 룰을 지킨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의 사회적 통념이다.

그런데 "시장경제"라는 단어를 접하면 좀 복잡해진다.

필자는 23년을 외국인 합작금융기관에 근무하면서 외국임원과 회사 경영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서구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 원리에 익숙해 있다고
생각하는 시장경제 신봉자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앞서 말한 상품의 투명성과 룰의 확립이
필요하다.

두가지 요소를 우리의 현 시장의 그것과 대비해 보면 어딘가 의구심이
생긴다.

더구나 경제위기 금융위기 하에 시장경제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것인가에
대하여도 이미 찬반의 논쟁이 시작된 듯 하다.

시장경제 윈리의 내재적 한계나 상황논리에 따라 시장경제 원리도 경우에
따라선 배제돼야 한다는 요구가 증대되어 짐을 피부로 느낄수 있다.

예컨데 시간적 제약, 합목적적 관점, 산업정책 차원, 국민감정 혹은
국민의식 수준 차원, 공정거래 개념, 자유방임주의적 경향 차단 등 현실적인
정부개입 필요성 때문에 룰확립을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상황이
현실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금융구조조정 부분도 그렇고 소위 빅딜을 비롯한 기업구조조정 부문도
그렇다.

시장밖의 힘이 그곳에 있는데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실제와 선언을 일치시키면 혼란스럽지 않게 된다.

위기상황에는 위기상황 논리가 필요하다.

합리적인 분석과 명쾌한 결론은 그 과정의 투명성으로 더욱 속도감이 붙을
수 있다.

김인주 < 한국종합금융 사장 ijkim@kmbc.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