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관리경제이후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체제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와 기업이 안전정책의 비효율적인 거품을 걷어내고
불완전한 근로행태 등을 개선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조순문 산업안전공단이사장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공단의 역할은 더욱 강화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단 직원들은 안전이라는 상품을 파는 세일즈 맨이 되어야한다"며
"재해발생요인이 있는 모든 사업장에 대해 사전에 안전문제을 체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부임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조 이사장을 만나 국내산재
현황과 앞으로의 업무추진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사장으로 취임한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문은.

"건설현장의 산재를 줄이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이를위해 4m이상의 건물공사에는 공단직원들이 반드시 나가 위험요소를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또 건설근로자가 반드시 안전교육을 받도록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건설안전 체험교육장도 확대설치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각 시.도에 1개이상의 체험교육장을 지을 생각이다.

제조업체의 사망재해를 줄이기위해 사망원인을 제공하는 각종 기계 설비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대책을 연구중이다"

-최근에 산재율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발표됐으나 사망재해는 여전히 줄어
들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올해 상반기 통계를 보면 재해사망자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9.1%
(1백37명)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업장의 휴.폐업 등 산업경기의 전반
적인 침체를 생각하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청소 경비용역업 등 일부 업종에서 근로자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구조
조정 과정에서 인원감축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 그리고 고용불안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고혈압과 뇌졸중 등 과로사와 심장마비 등 개인질병에 의한 사망자는
전년에 비해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예방대책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재율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높다.

일부에서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너무 관대해 현장에서의 안전의식 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각종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최고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는 대부분 1백만원이하의 벌금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법집행 문제 이전에 산업안전보건문제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이 제일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노.사 모두가 깊이 인식하고 산재예방노력을 기울일
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노동계에서는 산업현장에서 새로운 직업병이 발생하고 있으나 정부측에서
이를 직업병으로 규정하는데 너무 인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질병과 작업의 관련성이 다소나마 밝혀질 경우 적극적으로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등 직업병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현대의 첨단과학으로도 그 인과관계나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산업안전공단에선 타이어제조업체의 솔벤트 취급근로자에게서 발생한
백혈병과 용접작업자에게서 발생한 비강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한바 있다"

-신종 직업병에 대한 예방대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있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직업병의 특징은 유해성이 미확인된 화학물질의
사용으로 인한 급.만성중독과 VDT증후군 요통과 같이 작업조건에 기인한
근골격계 질환이다.

이같은 신종직업병을 예방하기위해 작업환경 및 직업병취약 사업장
2천개소를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해 공학적 개선대책을 마련해 지도하고
있다.

또 유해물질 취급사업장의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자금지원, 근로자의 작업
관리지침 보급, 직업병 역학조사 등에 대한 기술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문화추진본부장을 맡고 계신데 평소 안전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우리 역사를 보면 인간을 존중하는 이념이 생활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홍익인간 인내천사상 등이 대표적이다.

선인들은 이런 사상을 통해 무슨 일을 하든지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지금처럼 어려운 IMF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있지만 사고를 예방해 손실을 줄이는 것도 경쟁력
을 높이는 길이다.

안전보건활동은 인간존중이념을 실천하는 것이며 기업경쟁력 강화의 지름길
이라고 생각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