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은 결혼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에서 대개의 부부가 경험하는 희비
쌍곡선의 과정이다.

어차피 치러야할 성인식이고 남녀가 같이 모여 살 생각을 하는 바에는 조금
더 이성적인 추론의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 그 이면에 숨어있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역학서적 중 이른바 "궁합"을 직접적으로 다룬 교과서는 거의 없다.

청말엽의 대가인 동해 서낙오나 장남, 그리고 임철초정도가 약간 언급한
내용이 있을 뿐이다.

궁합법은 오히려 근래에 와서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날 한국에서의 궁합법은 상당히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되고 있다.

필수적 적용 항목을 몇가지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당사자 두명의 사주 여덟 글자를 각각 비교해 상호 화합관계가
좋은지의 여부를 따지는 방법.

둘째, 사주에도 등급이 있으니 상호간 그 등급이 비슷한가의 여부.

셋째, 각자의 사주가 필요로 하는 오행(목, 화, 토, 금, 수)이 서로
동일한지의 여부.

넷째, 각자의 사주가 필요로 하는 오행이 상대방의 사주명식에 충분히
있는지 여부(상호보완).

다섯째, 어느 한 쪽의 사주명식이 배우자를 해치는 내용으로 되어 있으면
(소위 살부, 살처의 사주) 그 상대방의 사주도 배우자를 해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이이제이:오랑캐는 오랑캐로 제압해야 한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이 모두 고려된다면 상당히 설득력있는 궁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사주명식이 한 사람의 운명을 어느 정도 담고 있다는 명제가 전제된
후의 얘기겠지만.

모든 이야기의 배경에는 소위 맥락이라는 것이 자리잡고 있다.

부모님 세대에는 그들이 자리한 맥락이,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의 삶의 맥락이 있다.

신세대들의 맥락에서는 구태의연한 궁합법의 실상이 잘 안 먹힐 수 있다.

순간적인 감정에 지배받기 쉬운 세대일 뿐만아니라 때로는 감정적 충동이
이성적 추론보다 더욱 중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성철재 <충남대 언어학과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