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앞날에 대해서는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이 주축이 된 국제통화기금(IMF)쪽에서는 "현재 세계 경제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경기후퇴까지 간 것은 아니다"라며 낙관적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극단적인 공황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며 2000년께면 최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세계은행(IBRD)을 비롯해 유력 민간 신용평가기관들은 "전세계적
으로 금융위기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며 아시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러시아를 거쳐 중남미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자체를 예측하기도 힘들다며
세계 경제의 앞날을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경제위기의 확산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IMF등 현 국제 금융체제를 재편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어쨌든 희망론을 펴고 있는 IMF측의 입장은 확고한 듯 하다.

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지난 23일 "아시아 경제가 2000년이나 2001년부터
건전하고 지속적인 기반위에서 성장하기 시작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캉드쉬 총재는 IMF가 한국과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결과 적어도 몇몇 국가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올해
2.5% 이상 위축될 가능성은 있으나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기후퇴에서 벗어나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측은 또 세계 금융계의 적절한 대응으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남미가 결코 아시아와 같은 상황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단정지었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 견해가 "몽매"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측도 있다.

미국과 영국에 기반을 둔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 IBCA는 IMF측 낙관을
일축하고 있다.

피치사는 24일 내년에 세계경제가 후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내년도 선진7개국(G7)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1% 이하에 그쳐 지난
91년 경기후퇴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비슷한
입장이다.

현 금융위기가 악화돼 내년에는 1930년대식 세계공황을 초래하고 아시아의
내부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30~35%에 달한다는게 이 회사의 분석이다.

S&P산하 경제연구소인 DRI의 국제무역담당 책임자인 스티븐 터먼은
<>아시아 금융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고 <>원자재와 주식가격이 하락하는데다
<>세계 리더십 부재에 따른 정치적 실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한편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경제 정책결정권자와 IMF측이 세계
경제를 망쳤다고 꼬집고 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구경제를 무너뜨린 "위기의 3인방"으로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과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를 지목했다.

이 신문은 IMF 지원세력인 이들이 병에 걸린 세계 경제에 긴축과 개혁만을
강요하는 등 잘못된 처방전을 내려 병을 고치기는 커녕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IMF로는 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인식에 기반해 아예 IMF와 IBRD로 대표되는 현 국제 금융체제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1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뉴욕증권거래소 연설에서
신브래튼우즈 체제 설립을 주창한 이후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논의됐다.

즉 아시아 위기이후 국제환율이 펀더멘털(경제기반요소)에 관계없이
핫머니의 이동에 의해 좌우되고 IMF등 국제기구가 이를 통제하지 못해
세계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니 국제 금융체제를 다시 짜보자는 것이다.

사실 이런 논의는 오래전부터 민간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공론화됐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경제강국들마저 국제금융체제의 재편을
주장하고 나서 전면이든 부분이든 IMF수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