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이미지(Image)의 시대"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가지의 이미지들이 탄생하고 사라진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국가까지도 고유한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사람들의
머리속에 각인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미지 전쟁의 승자는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 반면 패자는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게 현실이다.

한번 사람들의 머리속에 자리잡은 이미지들은 여간해선 무너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저서 "마케팅 포지셔닝"에서
"개인이나 기업, 국가간 경쟁은 궁극적으로 사람들 머리속의 이미지 싸움"
이라고 설파했다.

"이미지 크리에이터"(Image Creator)들이 새로운 파워 프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볼때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이미지와 심벌(상징), 나아가서 아름다움을 창조해낼 뿐 아니라
미의 기준, 사람들의 정서조차 바꾸고 있다.

CI(이미지통일) 전문가, 패션 디자이너, 캐릭터 디자이너, 애니메이터,
영화 특수효과전문가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미지 크리에이터들의 파워를 알려주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미국 IBM은 50년대까지만 해도 평범한 사무기기 회사에 불과했다.

이름도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스 코퍼레이션"(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으로 외우기조차 힘들었다.

이 회사가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지난 62년 예일대 폴 랜드교수가
디자인한 첨단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멋진 줄무늬 글자의 CI를 채택하면서
부터였다.

IBM은 이 CI 하나로 고급이미지를 지구촌 고객 머리속에 구축하는데 성공
했다.

일본의 오디오업체인 켄우드가 파산직전 CI 디자인 전략으로 살아난 것이나
인텔이 "인텔 인사이드"라는 심벌을 창조, 소비자에게 강력한 신뢰감을 심어
주는데 성공한 예도 빼놓을수 없다.

필립모리스는 "빨간" 담배갑과 서부 카우보이 광고로 남성담배라는 이미지
를 구축, 세계 1위 담배업체 자리를 차지할수 있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피에르 카르뎅, 존 갈리아노, 토미 힐피거 등 패션
디자이너들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미의 개념을 바꾸며 지구촌에서 독자적인
영토를 확보했다.

이들이 끄는 패션업체들의 연간 매출은 수조원에 달한다.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분야를 보면 이미지 크리에이터들의 파워는 더욱
막강하다.

월트 디즈니는 "미키마우스" "백설공주" 등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로 세계
어린이들의 정서를 바꿀 정도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일본도 "은하철도 999", "이웃집 토토로" 등을 앞세워 고유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었다.

국내에도 심벌릭 크리에이터 층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최고 CI 우먼임을 자부하는 디자인커넥션의 김혜옥사장, 10년 넘게
애니메이션에만 매달려온 애니메이션업체 오돌또기의 오성윤 감독, 30대
패션 디자이너로 "쿠호" 브랜드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정구호씨 등이 그
주역들이다.

또 캐릭터 디자이너인 캐리코트뱅크의 김창영 사장, "아기공룡 둘리"를
창조한 김수정씨 등도 빼놓을수 없다.

일본 교토대학 인간환경학 사에키 게이시 교수가 새로운 지배엘리트로
"심벌릭 애널리스트"(Symbolic Analyst)라 부른 계층은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지식사회로 요약되는 21세기 경쟁력의 원천이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