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섹스스캔들 "지퍼게이트"가 26년전 닉슨의
"워터게이트"와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단순한 추론일지는 몰라도 지금과는 상황이 무척 달라졌을 것이다.

클린턴이 세계적인 놀림거리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가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는지 여부를 당시로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

그러나 1998년 과학의 힘은 지구의 가장 강한 나라 미국의 대통령을 궁지로
밀어넣을 만큼 위력을 지니게 됐다.

이번 클린턴 "섹스 스캔들"을 밝혀낸 결정적인 근거는 르윈스키의 드레스에
묻은 정액.

미국연방수사국(FBI)은 몇년전 드레스에 묻은 정액의 흔적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클린턴으로부터 뽑아낸 혈액 유전자를 비교분석, 정확히 클린턴의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유전자 감식법이 실제 조사에 사용된 지는 채 10년도 안된다.

신원 확인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각종 범죄 수사과정에서부터 친자확인, 대형 사고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을 밝혀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

최근 국내에서도 신원 확인과 관련, 문제가 된 사건들이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KAL기 괌추락사고가 대표적이다.

모두 2백29명의 사망자를 낸 당시 사고에서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는 데
유전자 감식 등의 방법이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유실된 서울시립묘지의 시신수습과정에서도 신분
확인법은 그 효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최근에는 사람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생물학적 데이터를 이용해 정확한
신원을 가려내는 이른바 "생체감지시스템"이 경제 분야에서까지 점차 시도
되고 있다.

눈동자 인식을 통한 보안시스템이나 눈을 들여다보고 고객을 알아내는 현금
자동지급기 등이 그런 예이다.

지금까지 나온 신원 확인방법으로는 크게 네가지.

유골이나 지문, 치아 등 신체특징을 이용한 방법과 유전자 감식법, 중성자
방사화 분석법, 음성의 성문 분석법 등이 그것이다.


<>지문.치아 등 신체특징을 이용한 방법 =지문은 사람마다 다르다.

아직까지 전세계에서 지문이 같은 사람은 발견된 적이 없다.

따라서 사건 현장에 남겨진 지문을 컴퓨터에 입력해 용의자의 지문과 대조
하면 단시간안에 확인할 수 있다.

1백%의 신뢰도를 갖고 있어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이다.

치아도 마찬가지.

사람마다 치아의 구조나 마모상태가 달라 신분확인 방법으로 자주 쓰인다.

그러나 이 경우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치아사진이 남겨져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밖에 다각도로 촬영한 두개골 사진을 컴퓨터에 입력, 화상에서 살을 붙인
뒤 실제 얼굴사진과 비교해 신원을 확인하는 "슈퍼임포즈"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실종자 추적에 널리 쓰인다.

눈동자를 이용한 신분 확인법도 있다.

눈동자의 미세한 실핏줄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방법이다.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나 보안이 필요한 분야등에서 용도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유전자 감식법 =대규모 재해나 범죄현장에서 발견되는 혈액이나 혈흔 타액
정액 모발 등이 소재가 된다.

사망자나 용의자 신원 파악이 신체특징만으로는 불가능할 경우 최후 수단
으로 쓰는 방법이다.

혈액 등의 흔적에서 DNA를 추출, 사망자의 가족이나 용의자의 것과 대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지난 89년 미국연방수사국에서 처음 사용했다.

국내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서 92년부터 도입,
주로 범죄 사건에 많이 응용하고 있다.

유전자 감식법은 친자확인 등의 용도로 대학 병원등에서도 쓰인다.

심지어는 인종의 계통을 추적하거나 연대를 추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고학
분야에서도 사용된다.


<>중성자방사화 분석법 =유전자를 채취할 수 없을 때 사용되는 방법이다.

예컨대 범인의 머리카락은 수집됐으나 모근이 붙어있지 않아 유전자를 채취
하지 못할 경우 이 방법을 쓸 수 있다.

중성자를 모발에 쏘았을 때 생기는 방사능의 강도 등을 측정, 비교하는 게
원리이다.

사람마다 모발의 성분이 조금씩 달라 중성자에 반응하는 정도도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현장에서 채취한 모발과 용의자의 모발에 중성자를 쏘아 반응도를
비교분석하면 진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분석법은 원자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원자력연구소에서만
가능하다.


<>음성의 성문분석 =납치범이나 협박범 수사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사람마다 다른 음성 파동을 무늬로 나타내 차이를 분석하는 게 이 방법의
원리.

목소리의 강약 굵기 등에 따라 진하고 연한 무늬로 나타난다.

대검 과학수사과 고치곤 음성분석연구원은 "이 방법의 정확도는 거의 99%에
달한다"며 "나머지 1%는 성문의 차이가 거의 없는 일란성 쌍둥이나 형제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음성 분석법은 최근들어 특히 음란전화를 통한 성폭력 사건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휴대전화 등에서 쓰이는 음성인식기능 등도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1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