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가 엮어내는 ''맥소경제학''은 정말 흥미롭다.

올미국 스포츠를 유례없는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있는 이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홈런경쟁을 벌이며 미국 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다.

스포츠 비즈니스계가 이만한 대형 시나리오를 만들어 본 적이 언제였던가.

너무나 드라마틱해서 미국인 모두가 알면서도 모르는 체, 짜고 치는 고스톱
이 아니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올 정도다.

연일 만원을 이루는 구장의 입장객 수입은 여타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 규모
에 비하면 차라리 조족지혈이다.

단적인 예의 하나로 맥과이어가 62호 홈런을 친 날 레프트 필드 외야에서
볼을 주워 맥과이어에게 건네 준 젊은이는 백만달러 이상을 호가할 귀중품을
공짜로 흔쾌히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이 청년이 볼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면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 볼을 사들이려 했을 것이고 그 값은 부르는게 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맥과이어와 소사가 엮어내는 드라마는 스포츠의 상업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미국사회에 아직도 무시할 수 없는 형태로 남아있는 흑백구도의
단면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택시를 타면 많은 흑인 운전수들은 소사를 응원하기 바쁘다.

맥과이어가 62호 홈런을 먼저 친 것은 백인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백인 투수
들이 공을 맞춰 줬기 때문이라고 흥분하기까지 한다.

근거없는 얘기지만 맥과이어가 최근들어 한게임당 두 개씩의 홈런을 두번
이나 연거푸 기록하며 4개의 홈런을 날린 것은 이같은 의혹을 부풀리기에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소속한 구단이 독특한 구단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경영학의 한 분야인 마케팅에서 이 두 구단과 관련된 두가지 마케팅
개념은 교과서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개념들이다.

광고의 지속성문제(continuity of advertisement)와 상품입체화(product
positioning)가 바로 그것이다.

새미 소사가 속한 시카고 컵스팀의 구장이름은 뤼글리(Wrigley)이다.

미국의 유명한 뤼글리껌 제조회사 창업자인 뤼글리회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미국은 키스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따라서 입냄새를 매우 의식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에는 이른바 입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제품들이 오래전부터
발달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성장해온 뤼글리껌은 미국을 대표하는 츄잉껌이다.

그러나 창업자 뤼글리회장은 하루도 쉬지않고 뤼글리껌을 선전하느라 막대한
경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방송 신문 어디고 뤼글리껌을 선전하지 않는 곳은 없었다.

하루는 시카고 트리뷴지의 기자가 물었다.

"미국인중 뤼글리껌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선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때 내뱉은 뤼글리회장의 대답이 걸작이다.

"오늘도 새 미국인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마케팅분야, 특히 광고학에서 강조하는 것중 하나는 광고의 지속성이다.

광고는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뤼글리 구장을 찾는 야구광들은 끊임없이 뤼글리라는 단어를 접하게 된다.

뤼글리회장은 스포츠마케팅에까지 상품선전의 영역을 확대한 경영자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미 소사는 이같은 뤼글리회장의 경영철학과 마케팅방식의 첨병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맥과이어가 소속한 팀의 구장은 부쉬(Bush) 스테이디엄이다.

맥주를 생산하는 앤하이저부쉬사가 맥과이어의 소속팀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구단주이다.

앤하이저부쉬는 3가지 대표적 맥주브랜드로 소비자들을 파고 든다.

미크롭, 버드와이저, 그리고 부쉬가 그것이다.

가격으로 볼 때 미크롭은 이들 3가지 맥주중 가장 비싼 맥주이고 버드와이저
는 중간 그리고 부쉬는 가장 싼 맥주에 속한다.

따라서 미크롭을 선전할 때는 잘차려 입은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사교장
등을 등장시킨다.

반면 중간에 해당하는 버드와이저 맥주를 선전할 때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을
등장시킨다.

해변, 산, 각종 경기장 등 거의 모든 야외활동무대가 버드와이저의 소비
자유치대상의 근거가 된다.

구호 또한 모든 사람들의 친근한 벗(Bud for Everybody)으로 돼 있다.

가장 값이 싼 부쉬 맥주를 선전하는 장면은 더욱 인상적이다.

목장에서 소를 모는 목동들을 위시하여 철강주물을 주로 다루는 블루 컬러의
육체노동자를 상품이미지와 연결시킨다.

육체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싸구려 냄새가 나게 하지는
않는다.

록키산맥의 맑은 물과 잘 어우러진 목장의 모습은 부쉬가 서민적이지만
육체노동 이후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맥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엔하이저부쉬가 채택한 이같은 전략을 마케팅에서는 상품입체화 또는 상품
위치선정(product positioning)이라고 부른다.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상품의 입체감과 위치선정을 적절히 배열함으로써
빈 곳 없는 시장구조를 구축하고자 한다.

소비를 확대하자는 전략인 것이다.

맥과이어가 이같은 구단주의 오래된 전략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홈런은 그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워싱턴=양봉진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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