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CD롬 타이틀 제작업체인 "이포인트"의 장배준 이사.

그는 대학졸업후 13년간의 사회생활 동안 세번의 변신을 했다.

기아자동차의 "세피아" 홍보영상물도 찍어봤고 TV 드라마 "모래시계"의
타이틀.예고편도 제작해 봤다.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의 방황을 끝내고 그가 찾아낸 새 꿈의 터전은
멀티미디어 PD.

교육용 CD롬 타이틀이나 게임 CD롬 타이틀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디지털화된 정보 내용물의 총칭) 제작을 총 감독하는 일이다.

기획은 물론 그래픽 디자인 음향 텍스트 등 각 분야를 조율해 한편의
콘텐츠를 일궈내는 "멀티미디어 악단의 지휘자"다.

흡사 방송국 PD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큰 착각이란다.

"TV는 시청자에게 그저 일방적으로 보라고 제시합니다.

멀티미디어는 사용자와의 대화, 즉 인터랙티브(interactive .쌍방향)
기능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사용자와 호흡을 맞추지 못한다면 훌륭한
멀티미디어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죠"

중학생용 수학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요즘은 그래픽 파일의 구성, 동영상
편집, DB구성 방식 등을 놓고 제작진과 씨름하다 보면 새벽별 보며 퇴근
하기가 다반사다.

그래도 완성품이 나오면 늘 불만이다.

"이렇게 했으면 사용자들의 가려운데를 더 잘 긁어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무릎을 친다.

장 감독(그는 이사보다는 감독이라는 호칭을 더 좋아했다)이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지난해 1월.

전직은 연봉 1억원짜리 수석 CF감독이었다.

그의 변신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아직은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척박한 분야인데다 봉급도 전에 비해
절반밖에 안된다.

선구자는 그런 모험을 감수하는 모양이다.

30초짜리의 한계, 잘해 봤자 광고주의 주머니만 불리는 주문 생산의 한계
에서 언젠가는 탈피하고 싶었다.

"진정한 내 것"에 대한 꿈, 그것이 장감독을 멀티미디어 콘텐츠 업계로
이끈 힘이었다.

CF업계의 동료들로부터 "CF감독이 게임용 CD롬을 만든단다"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광고계에서 닦은 영상에 대한 "끼"는 멀티미디어 제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입문봉" 2년이 채 못되는 사이에 벌써 4개의 상을 받았다.

대학에서도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한건을 제외하곤 모두 정중히 사양했다.

나도 배우는 사람인데 누굴 가르치겠는가라는 생각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내달 광고업계의 실직자를 위해 마련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에선 할 말이 있단다.

"눈을 넓혀라.

이제 멀티미디어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황무지, 여러분의 재주로 할일이 너무나 많다"라고.

장 감독에게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두가지 소중한 꿈이 있다.

하나는 이포인트를 국내 최대의 "멀티미디어 PD 사관학교"로 만드는 것.

또 하나는 국내 멀티미디어 콘텐츠 업체로는 처음으로 상장사로 키우는 것.

장 감독은 오늘도 후배들을 다그치고 격려하며 그 길을 가고 있다.

< 윤성민 기자 smyoon@ 김영우 기자 youngw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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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최필규 산업1부장(팀장)/
김정호 강현철 노혜령 이익원 권영설 윤성민(산업1부)
정태웅(경제부)
장진모(증권부)
김문권 류성(사회1부)
육동인 김태철(사회2부)
정종태(정보통신부)
박해영(문화레저부)
김혜수(국제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