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처럼 개성이 없던 국내 은행들이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슈퍼뱅크, 틈새은행, 지역은행 등으로 삼분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산업 자체가 선진국형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분석
한다.

이는 정확히 정부가 원했던 구도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내은행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이같은 기능재정립을 유도해 왔다.

다른 한편 정부는 메가 머저(초대형 합병)라는 세계적인 기류도 무시할 수
없었다.

도쿄미쓰비스(일본,96년) UBS+SBC(유럽,97년) 씨티코프+트래블러스(미국,
98년) 등은 대표적인 메가머저 케이스.

국내에서 현재까지 슈퍼뱅크라고 명명할 수 있는 은행으로 두개가 탄생했다.

상업+한일과 국민+장기신용은행이 바로 그것.

그러나 슈퍼뱅크 경쟁체제가 완전히 갖춰졌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리딩뱅크 세개가 은행산업을 이끌도록 하겠다고
밝혀 왔다.

금융계도 슈퍼뱅크가 한개 쯤은 더 나올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커스는 조흥 외환 주택 신한은행 등의 움직임에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슈퍼뱅크 또는 리딩뱅크가 될 수 없다.

획기적으로 외자를 유치하든가 합병을 해야 한다.

금융계는 10월말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놔야 하는 조흥 외환에 특히
기대를 건다.

"뭔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이들 은행들은 외자유치나 합병에 실패했을 경우 경쟁에서 낙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틈새은행으론 하나+보람은행이 대표적이다.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구자정 보람은행장은 이미 지난 8일 합병발표때
종합자산관리기관(Total Asset Management Group)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위해 투자신탁 보험 자산유동화중개 등의 새로운 업무를 개척할 예정
이다.

도매 아니면 소매라는 관념을 깨고 투자은행으로 모델을 설정한 셈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전략을 국내에 선보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 다른 틈새은행은 한미나 평화은행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한미는 아직 자기 개성을 찾지 못했다.

경기은행 인수에 따른 마무리작업에 정신없다.

굳이 한미은행의 특징을 들라면 중소기업쪽에 유달리 관심을 많이 둔다는
점이다.

또 수도권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평화은행는 근로자전문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다만 평화는 대규모 증자를 조기에 실현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래야만 특화전략도 제대로 그려질 수 있다.

주택은행도 현재까진 틈새은행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은행은 리딩뱅크 욕심을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은행이란 8개 지방은행을 말한다.

지방은행들의 경우 생존차원에서 합병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역적인 한계를
벗긴 어려울 전망이다.

지방은행끼리 여러 조합을 통해 대형화하더라도 전국 규모의 시중은행으로
변신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시중은행+지방은행 합병도 예상가능한 범주이지만 이는 정부가 바라지 않는
바이다.

정부는 이미 동남(시중)+경남(지방) 합병을 말린 적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삼분 구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형체만 드러냈을 뿐이다.

정부가 정한 금융구조조정 시한인 9월말이 돼서도 지도가 쉽게 그려질 것
같지 않다.

때문에 정부가 원하는 선진국형 금융서비스가 기업이나 가계고객에 전달
되는 시점도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

신용경색 해소나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회복을 위해서도 삼분 구도는 하루
빨리 완성돼야 한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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