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으로 2차대전후 최악의 기업도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일본발 경제 위기는 아시아 유럽 중남미 미국 등 각국 경제기반을 흔들고
있다.

일본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앨빈 토플러 박사는 "일본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단기적인 금융시스템
개혁도 필요하지만 미래의 핵심산업인 정보기술(IT) 산업으로 일본 산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토플러 박사의 특별기고문을 정리한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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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 40여년동안 성장의 레일위를 "폭주차"처럼 달려 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모순들이 누적돼온 것도 사실이다.

부패와 관치금융,과다한 설비투자 등으로 일본은 90년대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침몰 직전까지 와 있다.

수십조엔대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은행들은 그 수명이 오늘 내일을
다투는 상태다.

다른 경제지표들도 뚜렷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불황의 전주곡을
내보내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제대국 일본이 흔들리면서 아시아와 러시아 유럽
미국까지 공황의 파장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 대해 많은 조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으로 은행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문제가 꼽힌다.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부 장관같은 이는 <>부실채권 처리를 포함한 금융
개혁 <>내수촉진을 위한 감세와 공공투자 <>규제완화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라고 누차 주문하고 있다.

과연 일본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난 55년으로 되돌아 가는게 필요할 것 같다.

당시 일본은 구 소련의 아시아 확장정책과 중국의 공산주의 통일, 한반도에
있는 북한의 존재로 부터 끊임없는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일본내에서도 공산주의 운동이 세력을 얻어가고 있었다.

이때 미국이 일본과 경제및 군사,정치라는 세가지 분야에서 일본과 연맹을
맺어 일본을 장기성장의 기반위에 올려 놓았다.

일본 기업들은 바람직한 길을 걸어 왔다.

우선 W.에드워즈 데밍이 주창한 "품질 향상운동"을 받아들여 수출 경쟁력을
키웠다.

생산현장에서는 로봇에 의한 생산자동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일본은 "제2의 혁명(산업혁명)" 과정에서 단기간에 미국을 앞지르는
놀라운 성장력을 보여 줬다.

80년대들어서자 일본 기업들의 수익은 급팽창했다.

성장이 극에 달하자 일본의 부동산가격은 뛰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은 거래량으로 이미 세계수위로 뛰어오를 정도였으며 여기서 나온
자금들은 해외 부동산 매집으로 쏠려 나갔다.

록펠러 센터를 비롯한 할리우드의 영화사들, 각급 호텔, 공장들이 일본인
손에 넘어 왔다.

그러나 꿈은 한 순간이었다.

부동산 가격 폭락과 함께 금융기관들이 나가 떨어졌고 기업들의 도산이
뒤를 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소련의 붕괴로 더이상 "떠다니는 항공모함(일본)"이
필요없어졌고 경제적으로도 이제 미국은 일본의 수출을 받아줄 만한 여력을
상실했다.

미국은 친미 성향의 자민당 정권을 지지했으나 무역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치협정도 쓸모없는 휴지가 되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과 중국 등에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일본의 뒤를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각 분야에서
일본의 강력한 경쟁자로 뛰어올랐다.

94년에는 중국도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며 수출전선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96년 기준으로 4백30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경쟁국들은 수출시장을 개척하겠다며 시설부문에 대한 과잉투자를 시작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아시아 전략가인 케네스 코티스는 "세계 경제는 이같은
과열로 붕괴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의 경우 매년 6천만대가 생산됐으나 수요는 4천4백만대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은 가전과 조선 등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본 지도층은 빨리 정보기술 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어야 했다.

이미 과열된 시장에서 눈을 돌려 차세대 시장을 바라볼 절호의 찬스였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근시안적 시각에만 매달려 있다.

수조엔에 달하는 자금을 하수도나 교량복구 사업등에 쏟아붇고 있다.

물론 해야 할 일들이다.

그러나 아무도 원치 않는 곳에 교량을 놓고 땅을 파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일본에서는 매년 1백60킬로미터에 달하는 새로운 다리들이 놓여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를 "부양(Stimulus)다리"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돈을 쓰고 임금을 주는데 필요한 다리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지금은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86년 일본경제가 한창 호황을 구가하고 있을때 한 심포지엄에서
정보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정보기술(IT)에 대한 투자를 "커뮤니케이션분야에서의 십자군 전쟁"에
비유했었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때문에 일본과 미국의 정보산업에서의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전체 가구중 70%가 케이블TV 방송을 볼 수
있다.

기업들은 투자액의 45%를 PC나 컴퓨터 네트워크 등 전산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게다가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부통령 하원의장 등도 시간만 나면 가난
하든 부자든 우선 PC를 사라고 부추긴다.

반면 일본은 어떤가.

도쿄에는 7.5%의 가구만이 케이블TV 서비스에 가입해 있다.

아직 PC통신이나 인터넷에 대해 못들어 본 시민들도 상당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일본은 지금이라도 정책의 방향을 올바로 잡아야 한다.

무엇이 일본을 강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일본의 경제규모를 감안할때 공공인프라중 정보산업에 지금 쓰고 있는
투자액을 쓴다면 약 60만명에 달하는 신규인력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정보인프라가 구축되면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다.

기존 제조업과 물류 서비스 산업부문에서 유휴인력이 나오더라도 신생산업
으로 옮겨져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된다.

그외에도 정보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얻게 되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 일본의 지도자들중에서 이같은 정보산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