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같이 먹으며 좌담회를 시작했다.

파커 사장은 남아프리카 사람이었다.

탄 사장은 말레이시아 출신이었는데 귀화해 호주시민이 됐고 한국에 온지
근 10년이 됐다고 했다.

이 지사장은 한국 유수의 재벌그룹에서 10여년간 일하다가 미국회사에
들어가 한국법인의 최고 경영자까지 오른 사람이었다.

2시간 가까이 계속된 간담회에서 쉴새 없이 얘기가 튀어 나왔고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하고 싶은 얘기는 아직도 많은 듯했다.

참석자 세사람 모두 한국의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두 한국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특히 다소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 한국 근로자에 대한 존경과 칭찬의 마음을 표시했다.

문제는 한국의 제도와 관습이라고 했다.

우수한 사람들이 잘못된 제도들에 억눌려 나라 전체가 투자대상국으로는
C급내지 D급밖에 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장래에 대해서는 한국 국민이 세계를 향해 마음을 열고
제도만 제대로 개혁한다면 반드시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었다.

그들이 특히 안타깝게 여긴 것은 한국이 개혁의 방향은 옳게 잡아놓고도
그것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강인함과 배짱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썩어가고 있는데 아프다고 수술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느냐는
걱정스런 눈초리였다.

토의가 끝나고 신문사가 관습에 따라 전해주는 거마비 봉투를 3사람 모두
정중하게 사양했다.

교통비라고 설명해도 마찬가지였다.

서양식 투명과 정직의 한 단면이었다.

간담회가 끝나고 그중 한 사람에게서 편지가 왔다.

외국 비즈니스 맨에게 이렇게 얘기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바람직한 것이냐는 소회를 피력한 편지였다.

그와 더불어 한국이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격려와 자신을
표명하고 있었다.

전성철 < 국제변호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