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왕과 비"에서 김종서가 우의정에서 좌의정으로 승진했다.

당연히 우의정보다 좌의정이 높다는 말이다.

왜 왼쪽이 오른쪽보다 서열이 높을까.

풍수가들의 얘기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좌청룡과 우백호에 관한
얘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안장된 무덤자리에서 정남향의 아래쪽을 굽어보면 바라보이는 방향의 왼쪽은
동쪽이며 오른쪽은 서쪽이다.

목은 방위로 동쪽이며 금은 서쪽에 자리잡는다.

고구려의 사신도에 등장하는 네마리 동물은 각기 동, 서, 남, 북의 방위를
관장하는데, 동쪽은 청룡, 서쪽은 백호, 남쪽은 주작, 북쪽은 현무가 맡고
있다.

왼쪽으로서의 동쪽이 청룡, 오른쪽으로서의 서쪽이 백호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상의 덕목에서 목(왼쪽)은 인을 주관하며 금(오른쪽)은 의를 담당한다.

따라서 목기운의 청룡은 선비로서의 인자한 덕을, 금기운의 백호는 차가운
판관 혹은 냉혹한 무장으로서의 위엄을 나타낸다.

오행 상생 순환도에서도 목(왼쪽)이 가장 먼저이기 때문에 왼쪽을 오른쪽
보다 앞세우는 것이다(목>화>토>금>수).

오행의 속성을 양과 음으로 구분할 때, 따뜻한 기운에 속하는 목(왼쪽)은
양으로, 차가운 기운에 속하는 금(오른쪽)은 음으로 분류된다.

음양과 오행론이 탄생된 것은 지금부터 수천년전이다.

당시로부터 근세까지의 역사는 남성 중심의 양의 기운이 주동이 된
역사였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송대 철학자 소강절에서도 확인된다.

봄철 목에서 출발하여 겨울 수로 끝맺는 한 주기의 순환적 우주론의
관점에서, 지나온 역사시대는 다분히 양의 기운으로 점철된 봄철 목과
여름철 화의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 논리를 따르면 20세기 막바지 지금은 여름이 막 끝나가고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해당된다.

정녕 세상의 질서는 추상적인 좌청룡 우백호의 시대에서 현실적인 우백화
좌청룡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성철재 <충남대 언어학과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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