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살의 마산 토박이 이영도.

올들어 그에게는 난생 처음 해보는일이 많다.

책을 첫 출판했고, 서울땅도 처음 밟아봤다.

언론 인터뷰, 판권 계약, 팬 사인회...

모두가 반년도 채 안돼 생긴 일이다.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는 표현 그대로다.

그를 스타로 만든 것은 "드래곤 라자"라는 제목의 소설.

6월2일 출판돼 2주일만에 20만부를 돌파하는 판매기록을 세웠다.

현재까지 판매된 부수는 30만부 이상.

출판계에서도 보기드문 대히트다.

그는 문학수업을 받은적이 없다.

학창시절, 그 흔한 문예반 근처에도 가 보지 않았다.

소설가를 꿈꾼적은 더더군다나 없었다.

대학(경남대)때 전공은 "그냥 국어국문학이란 어감이 좋아 택했을뿐"이었다.

이런 아마추어의 첫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를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컴퓨터 덕분이다.

지난해 8월.

그는 책을 읽다가 문뜩 몽상에 빠졌다.

"이세상에 인간이외의 존재는 없을까.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풍부한 상상력이 꼬리를 물면서 인간과 비인간이 얽혀사는
환상의 세계가 그의 머리속에서 엮어졌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괴테 푸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어대는 그의
엄청난 독서량이 땔감이었다.

두달뒤인 10월초.

컴퓨터마니아인 그는 PC통신에 "드래곤 라자"1회를 올렸다.

그에게 PC통신은 왕성한 독서욕을 채워주는 주요 독서원중 하나였다.

재밌는 글을 발견하고 읽는 즐거움.

그도 한번쯤 네티즌들에게 그런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기 PC통신작가 이영도는 이렇게 탄생했다.

마산의 한 과수원집 컴퓨터에서 올라온 글은 게재 즉시 전국의 네티즌들을
사로잡았다.

1번 게재할때마다 평균 3천명씩 접속해 그의 글을 읽었다.

새벽 1시께 글을 올리는 야행성 습관때문에 그의 글을 읽으려는 팬들은
자다가 한밤중에 일어나야 했다.

이런 네티즌들이 전국에 90만명에 달했다.

그래서 그는 "네크로맨서(주술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속도감"은 통신문학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네티즌들의 흥미를 매일 채워줄만큼 풍부한 양의 원고를 써대야 한다.

그런면에서 이영도는 천부적인 통신작가다.

그는 한번에 엄청난 글을 쏟아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통신에 글을 연재하는동안 하루평균 올린 글은
2백자원고지 1백50장 분량이었다.

출판사들이 그를 놓칠리 없었다.

연재를 시작하고 한달이나 지났을까.

몇군데의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의를 해왔다.

연재를 시작한지 4개월만인 지난 2월.

그는 출판계약을 위해 첫 상경길에 올랐다.

출판은 그에게 큰 돈을 안겨줬다.

계약금과 인세를 포함해 드래곤 라자로 번 돈은 2억원을 넘는다.

최근에는 게임개발업체와 PC용 게임에 대한 판권계약을 맺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쪽에서도 관심을 표명해왔다.

이밖에 온라인 게임, CD게임 등 그의 글을 소재로 할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많다.

책을 출판한 황금가지에서는 해외판권계약도 구상중이다.

그는 이제 스타다.

통신상에는 그의 팬클럽도 결성됐다.

하루 50통이상의 팬레터가 E메일 우편함에 쌓인다.

통신에 접속하면 그와 통신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팬들의 극성탓에
한꺼번에 5~6명과 동시 대화를 나눠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인기작가라면 으례 갖고 있는 PC통신 전용 게시판이 그에겐 없다.

물론 게시판을 열어주겠다는 PC통신사의 제의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여전히 "노"다.

"내가 있는 곳으로 독자들을 불러내기 보다, 독자들이 있는 곳으로 내가
가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자신이 "낭인체질"이란다.

그는 X세대다.

자유로운 사고, 풍부한 상상력, 기존의 형식을 깨는 파격...

그러나 "제멋대로"는 아니다.

그에겐 분명한 철학이 있다.

그는 드래곤라자를 PC통신에 연재하기에 앞서 이런 글을 띄웠다.

"바라보는 여자마다 사랑에 빠지는 남자주인공을 등장시키지 않겠다.

여자를 머리가 없는 하등동물로 묘사하지 않겠다.

성기문화의 잔재도 그리지 않겠다.

이 모든것을 빼고도 재밌게 쓸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실제로 그의 글에는 야한구석도, 때려부수는 영웅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재밌다.

그의 다음작품은 뭘까.

"세가지 작품을 동시에 구상하고 있어요.

판타지 소설, 스페이스 오페라(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이야기),
역사소설입니다.

어떤게 다음글이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어떤게 되든 그는 철학대로 "재밌게"쓸 작정이다.

"DR(드래곤라자의 약칭)사모"라는 동호회까지 만들어가며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수많은 네티즌들을 위해.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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