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불행시가행
부도창상구편공

나라가 불행하면 시인은 행복하다.

세상이 온통 뒤집히는 과정을 읊게 되니 구가 절로 훌륭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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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조익이 "제원유산집"에서 한 말이다.

국가민족의 환난불행을 즐거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어찌 나라의 불행을 자기의 행복으로 여길 것이겠는가.

그러나 시인은 본성이 다정다감하고 관찰판단이 정밀하고 예리하다.

나라가 불행해지고 동포가 도탄에 빠지는 것을 보고 누구보다 먼저 이를
가슴아파하고 마침내 이를 시로 엮어 낸다.

순수함과 절실함으로 엮어 내는 작품은 구구절절 피가 맺혀 명구로 남는다.

바로 시인의 행복이다.

나라 살림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에게도 나라를 되살리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 이병한 전 서울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